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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홍(신뢰와 공감포럼 상임부회장)
내 고향에는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저수지에서부터 들판을 가로질러 물을 공급해주던 수로가 있었다. 아주 어릴 적 그 수로가 왜 그리도 커 보이고 무서웠는지 물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형들이 잡아주던 게를 지키고 서 있다가 뚝방에서 마른 풀과 잔솔가지들을 주워 함께 구워먹었던 기억이 있다. 50대가 된 지금,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고 있을 때면 늘 그 어린 시절의 기억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나에게 있어 강은 두려움의 대상이자 놀이터였고 동시에 정다운 친구들이나 어머니의 품과도 같이 평안한 존재였다.
그렇게 내게 특별한 추억들로 남아있는 한강이 드디어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남한강의 상류부터 이어지는 강천보, 여주보, 이포보의 3개의 보를 건설하고 그 주변에 휴식공간들을 만들어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간다고 한다. 어떤 휴식공간들이 들어설 것인가 궁금하여 인터넷에 찾아보니 보 건설 과정에서의 부실시공에 관한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해당 논란에 대해서는 이미 특별점검단이 조직되어 철두철미한 점검과 발 빠른 대처로 보완조치를 든든하게 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공사의 마무리 단계로 접어드는 현재, 공사 과정 중에서 발견되는 부족한 부분들에 대해 더욱 꼼꼼하게 보강하면서 보다 완벽한 결과를 만들어낼 것을 기대하게 된다.
한강 재정비 사업에 가장 기대를 걸게 되는 부분은 바로 치수다. 치수 문제는 예부터 늘 국가정책의 상위에 있어왔던 핵심 사안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해마다 여름만 되면 홍수피해를 걱정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대였는데, 최근에는 드물게 등장하는 뉴스거리가 되어버린 점을 보면 우리나라가 그 동안 얼마나 치수정책을 꾸준히 다듬고 발전시켜왔는지 다시금 느끼게 한다. 이렇게 끊임없는 개발과 노력의 덕을 보고 있는 지금을 생각하면 모든 개발사업에 무조건적으로 반대 입장부터 표명하는 사람들을 향해 문득 의아심이 들기도 한다. 일례로 그들이 그토록 반대했던 인천국제공항이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꼽히며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의견을 묻고 싶다. 우리의 자연을 후손들에게 있는 그대로 물려주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일 테지만, 현대 인간들이 보다 친환경적으로 자연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고심하고 노력하는 것 또한 우리가 다음 세대들을 위해 지금 해야 할 일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연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포용과 편안함처럼 우리도 서로간의 이해와 협력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느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뒤로한다면 과연 우리의 미래는 누가 책임을 지게 될 것인가? 서로 다른 견해에 시간을 낭비하느라 정작 전쟁의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참혹한 전란을 겪었던 과거의 수많은 역사 속의 모습이 겹쳐 떠오른다. 상대방의 의견이 탐탁지 않다면 그저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왜 잘못이고 과연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함께 생각해보자. 자신도 해결책이 시원하게 떠오르지 않는다면 불만 가득했던 마음을 잠시 비우고 강가에 앉아 어렸을 적 친구들과 모여 놀던 것처럼 마음을 열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여유라도 가져 보았으면 좋겠다.
한강의 재정비 사업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주민 이용시설을 공사하시는 분들은 지금 자신이 짓고 있는 공간이 내 가족이 미래에 사용할 공간이라는 생각으로 안전과 편리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 또 그 시설을 이용할 우리들은 잘 구성된 공간을 오래오래 깨끗한 시설로 유지하여 다음 세대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모습의 한강에서 새로운 추억들을 쌓아갈 앞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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