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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의원이 상당한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고소한 내용을 들여다보니 분명히 고소할만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여 진다. 박 원내대표는 박근혜 의원이 박태규를 만난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로비를 했다는 확신으로 말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박 전 위원장이 박태규씨와 여러 차례 만났는데 이 만남이 저축은행 로비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폭로했다. 저축은행의 퇴출을 막기 위해서 저축은행의 대주주와 로비스트들이 정권의 핵심적인 권력자에게 퇴출저지를 위한 로비를 했다고 보도되고 청와대의 직원들이 연루되어 있는 현상을 보면서 저축은행과 관련된 정치인들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시중에 만연되고 있는 중이다.
저축은행 로비에 관련된 박태규는 부산저축은행 구명을 위한 로비를 하면서 17억 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사람이다. 18일 박태규씨와의 관계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같은 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 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중앙회 창립50주년 기념리셉션에 참석한 뒤 취재진으로부터 박씨와 접촉 여부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이유에 대해서 박근혜 의원측의 인사는 "사실 박 전 위원장이 누구를 고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어제는 검찰수사까지 주장하는 등 박 원내대표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어 고소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년 9월에는 박지원 원내대표는 박태규로 부터 고소를 당한바가 있다. 사건의 본질과는 달리 박지원 의원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태규씨가 '내년 정권교체를 거들테니 우선 도와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박태규가 박지원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또 작년 6월에는 한나라당 부산지역 국회의원 17명의 이름으로 부산저축은행 로비의혹과 관련해서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박지원 의원을 대검찰청에 고소한 적도 있다.
작년 6월 2일 박지원 의원이 명예훼손으로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을 고소한 사건을 한번 보자. 배 의원은 이날 "박지원, 박선숙 의원은 상임위에서 저축은행은 감사원의 감사대상이 아니라고 비판한 바 있는데, 이는 도둑을 감싸면서 도둑을 잡겠다는 경찰을 비판한 격"이라며 "지금 와서 감독 부실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더니 박지원·박선숙 의원은 "감사원의 감사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것을 두고 배 의원이 중상모략·허위사실 유포했다"며 고소한 것이다.
작년 1월에는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대표 차남의 로스쿨 부정입학의혹을 제기했던 이석현 의원과 이의원의 발언이 맞다고 거들었던 박지원 당시 원내대표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고소한 사건이 있었다. 안 대표가 고발키로 하자 '부정입학이 있었던 것은 정확한 사실'이며 '사실관계를 호도한 정치공세'라고 반발하면서 "진검승부를 해야 한다"고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고 이석현 의원은 사과를 했다.
박지원은 박태규가 박근혜를 수차례 만났다고 한 것이 안상수 대표에게 가했던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규정했던 것과 같은 오류가 아닌지 돌아 볼 필요가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관련된 몇 건의 사례에서 보듯이 박지원이 폭로를 하고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고발당하는 과정에는 하위사실유포가 숨어 들어있다.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대선후보가 정치적인 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에 대해서 분명히 아니라고 말했고 고소까지 했으니 박지원 원내대표는 검찰에서 분명한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허위사실을 사실인 것처럼 말하고 아니면 말고 식의 정치공세는 용인되면 안 된다.
정치인의 명예훼손에 대해서 사과를 하면 소를 취하하는 관행이 있어 왔는데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끝까지 시시비비를 밝히고 명예를 훼손할 의도가 있었다면 법적인 처벌을 해야 한다고 본다. 무분별한 폭로정치를 없애기 위한 확실한 방법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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