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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인천강화소방서 길상119안전센터 소방장)
건물에 화재가 났거나 가족 중 누군가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면? 119에 신고한 후 소방차가 도착하기까지 몇 분의 시간이지만, 도움을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길게만 느껴진다.
다급한 건 소방차량도 마찬가지다. 먼저 사고 현장까지 가는 길에 ‘장애물’부터 넘어야 한다. 지난 해 6월 개정돼 그 해 12월9일부터 시행된 긴급자동차에 대한 양보의무 위반 단속을 시·군 공무원이 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으나 아직 이를 알지 못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소방차의 도착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는 골목길에 주차된 차량이 가장 많이 지목되고 있으나, 출동 중 화재현장까지 달려가는 도로상의 교통 상황도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긴급차량에 대한 양보의식이 몸에 배어있지 않은 것이 문제다. 최근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설문 조사 중 출동을 방해하는 요인 중 상당부분 “도로위 일반차량들이 피양하지 않는다”라고 답변한 것을 미디어 매체를 통해 접한 적이 있다.
특히 시내에서는 소방차와 구급차량 등 긴급차량이 사이렌을 울리며 교차로 진입을 시도하여도 꼬리물기를 한 비양심적인 차량들로 인하여 쉽게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긴급차량이 뒤에 있어도 신호를 대기하면서 꿈쩍도 하지 않는 운전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긴급차량은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는 위험한 곡예운전을 하기도 한다.
이에 지난 해 12월부터 긴급 자동차 출동시 진로를 양보하지 않은 차량을 단속할수 있도록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시행되고 있다.
양보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때 영상으로 증거가 남게 되며 기초단체장이 2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것이다.
이번 도로교통법 개정은 양보해주지 않는 운전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라는 채찍을 든 셈이다.
그러나 현장의 소방관들은 개정안 시행 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몸소 느끼고 있다. 현장구급을 하는 필자 또한 사이렌을 울리고 양보 방송을 하여도 피양하거나 정지하지 않는 차량을 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 물론 고의로 피양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겠으나, 방송을 하기 전에 자발적으로 피양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화재나 재해로부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소방통로 확보 노력에 동참하는 것에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지키면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지름길이다. 지금 당장 바쁘다 보니 양보를 못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편의를 찾다 보니 불법 주차를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나 하나쯤이라는 생각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 한 사람의 희망은 사라져간다. 단 1분 1초가 급한 현장에서 출동로를 방해하는 차량 때문에 재난현장에 소방차 도착이 늦는다면 그 피해에 대한 본인에게도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모두가 소방출동로 확보 노력에 뜻을 같이하는 것이 선진 국가로 가는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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