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앳된 나이에 처음 출전한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4년 뒤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세계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 이후로 ‘한국 역도의 간판’이 됐다. 장미란(29·고양시청) 얘기다.
전 세계 선수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 올림픽은 모든 선수들이 동경하는 꿈의 무대다. 많은 선수들이 한 번도 출전하기 힘들다는 올림픽 무대에 장미란은 벌써 세 번째 선다.
아테네와 베이징, 앞선 두 번의 올림픽에서의 목표는 분명했다.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었다. 이번은 다르다.
오랫동안 세계 역도계의 정상에 올랐던 장미란은 욕심을 비우면서 더 큰 목표를 채웠다. 메달 색깔에 연연치 않았다.
장미란은 지난 4월 평택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올림픽 2연패를 할 수 있다면 물론 좋겠지만 그보다는 기록에 중점을 두겠다. 내 기록이 좋게 나온다면 결과는 저절로 따라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현실도피가 아니었다. 아무도 들지 못했던 역대 최고기록에 도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장미란은 현재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2000년 전국춘계여자역도대회 +75㎏급에서 우승(합계 225㎏)을 시작으로 세상에 알려진 장미란은 그 해 출전한 5개의 국내·외 대회를 싹쓸이하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장미란은 2000년 전국대회 여자 +75㎏급 용상에서 한국신기록(140.5㎏)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6개월 뒤 2001년 4월 열린 아시아여자주니어역도선수권 +75㎏급 용상에서 145㎏을 들어올려 자신이 전국체전에서 세웠던 한국기록을 4.5㎏ 갈아치웠다.
이후에도 나갔다 하면 한국기록을 새로 쓰며 한국 역도의 간판이 됐다.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었다. 국내 무대를 섭렵한 장미란은 국제대회에서도 통했다.
첫 출전한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인상 130㎏, 용상 172.5㎏, 합계 302.5㎏으로 한국에 은메달을 선사했다. 이후 2005~2009년 세계역도선수권에서 4연패의 과업을 달성했다.
절정은 2008베이징올림픽 때였다.
장미란은 인상 140㎏, 용상 186㎏, 합계 326㎏을 들어 2위 올하 코로브카(23·우크라이나)와 무려 49㎏차의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역도 역사상 첫 금메달이었다.
이후 디펜딩챔피언으로서 타도의 대상이 돼 왔던 장미란은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세월이 흐르며 중국과 러시아 등 신예들의 거침없는 도전도 계속 됐다.
중국의 ‘신성’ 저우루루(24)는 지난해 11월 열린 파리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합계 328㎏를 들어올려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세계 랭킹도 장미란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같은 대회에서 저우루루의 기록에 1㎏ 뒤져 은메달에 그쳤던 러시아의 타티아나 카시리나(21)도 장미란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4월 터키 안탈리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세계기록 타이인 합계 328㎏을 기록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두 선수는 장미란의 합계 최고기록(326㎏)을 2㎏ 앞선다.
그러나 장미란은 이들에게는 없는 경험을 갖췄다. 서른을 눈 앞에 둔 장미란은 숱한 세계대회를 겪으며 많은 노하우를 체득했다. “올림픽을 즐기겠다”고 공언한 배경에도 경험이 녹아 있다. 힘만으로는 금메달을 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삼세번. 마지막이 될 런던올림픽에서 아무도 들지 못한 바벨을 들어올리겠다는 장미란의 각오는 금메달을 원하는 국민들의 마음보다 더 강하다.
‘올림픽을 즐기겠다’는 장미란. 그가 보여줄 감동의 드라마를 팬들 역시 즐길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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