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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구준 부장(경화엔지니어링)
매년 여름철 휴가 때가 되면 반복되는 고민이 있다. 과연 가족들과 함께 어느 곳으로 여행을 가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고민이 반복되었다. 여덟 아홉살 되는 아이들을 위해서 어떤 곳이 좋을까? 경비는 얼마나 잡아야 할까? 이 때면 차는 너무 심하게 막히지 않을까? 등등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새롭게 캠핑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적당한 가격으로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찾다보니 여주의 이포보 오토캠핑장이 물망에 올랐다. 이포보 오토캠핑장은 이용요금이 없어 경제적일뿐만 아니라, 유구한 역사와 문화유적을 담고 있는 여주에서의 역사 체험을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라는 생각에 반가운 마음으로 여행길에 올랐다.
「4대강 이용도우미」홈페이지를 이용해 사전에 캠핑장을 예약하고 아침 9시에 여주를 향해 출발했다. 명성황후 생가, 세종대왕 영릉, 신륵사를 먼저 들린 후 오후에 이포보 캠핑장에 도착하는 계획을 잡았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새종대왕 영릉이었다. 영릉의 첫 느낌은 무덤이라기보다는 잘 꾸며놓은 공원 같은 인상이었다. 공원에 놀러온 것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즐거워하는 아이들과 함께 영릉 주위를 하나씩 둘러보았다. 영릉과 기념관 외에도 세종대왕 시절의 발명품인 자격루, 관천대, 측우기, 수표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역사 공부라고 하면 도망부터 갔던 아이들도 꽤 흥미로운 얼굴로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점심시간이 되니 우리 가족처럼 잔디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우리 가족도 잠시 앉아 도시락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한 후 다음 행선지인 명성황후 생가로 향했다. 오전 내내 활발하게 뛰놀던 아이들은 피곤하다고 하여 잠시 쉬게 하고, 아내와 30분 정도 생가 주변을 산책하며 모처럼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고즈넉한 한옥들 사이를 걷는 즐거움이 있었다.
오후 4시쯤 생가를 출발하여 차로 30분쯤 달려 이포보 오토캠핑장에 도착하였다. 도착하자마자 나와 아들은 바로 텐트를 치기 시작했고, 아내와 딸아이는 짐들을 정리했다. 처음으로 온 캠핑에 들뜬 아이들이 직접 텐트를 만들어보겠다 달려드는 통에 여러 번 허물기를 반복하면서 저녁때가 될 때서야 텐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저녁식사로 대하와 소고기를 숯불에 구운 바비큐 식사를 준비했다. 역시 야외에서 직접 구워 먹는 대하와 소고기는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해가 저물고 밤이 되면서 강물에 드리워진 달빛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은은하게 비췄다. 아이들은 달빛에 빛나는 강변에서 미리 준비해 온 불꽃놀이 세트에 불을 붙여 뛰어 놀았다. 마음속에 행복한 기운이 가득 찼다. 이튿날 아침 늦게까지 늦잠을 잔 우리 가족은 헐레벌떡 짐을 챙겨 다시 집을 향해 출발했다. 아이들과 하루 더 캠핑을 즐기고 오지 못한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지만, 최근 몇 년간 아이들과 함께 했던 휴가 중에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되는 시간이었다.
이번 이포보 오토캠핑장에서 직접 휴가를 체험하고 와서 오랜 시간동안 화제였던 4대강 개선사업에 대해서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동안 나 역시도 부정적인 내용의 보도만 전해 듣고 4대강 사업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직접 그 공간을 경험해보니 나 또한 너무 편협하게 생각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자연과 조형물이 함께 어우러져 조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인근의 지역 명소가 함께 자리 잡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에 있어 역사와 문화 체험 등 다양하고 뜻 깊은 경험을 제공해주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자연의 공간 속에서 가족들과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다음 기회에도 가족들과 함께 자연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여주 이포보와 같은 공간들로 여행을 떠나, 풍요로운 삶의 여유와 자연에 대한 감사를 느끼며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안겨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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