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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근(인천 남부경찰서)
겨울이면 호빵이다. 겨울 풍경에 호빵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지금의 호빵은 편의점에서 제일 먼저 만난다. 얼마 전 편의점강도 예방을 위해 편의점 순찰을 돌면서 편의점 냉장고 위에 자리 잡은 동그랗고 뭉턱한 호빵기계를 보았다.
호빵 기계는 10년이 흘러도 2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모양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호빵의 기계는 나의 아버지 몸매를 닮은 것 같아 너무 좋다. 호리호리 하지는 않지만 뭉턱한 몸매에서 아버지의 정이 묻어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호빵을 보았으니 나는 같은 조원이신 부장님과 호빵을 한 개씩 나눠먹으며 다시 순찰을 돌았던 기억이 있다. 겨울에는 지구대가 바쁘다. 날씨가 추워 신고나 업무가 꽁꽁 얼어붙어 없을 것 같지만 오히려 겨울에는 경찰의 손길을 기다리는 주민들이 많아 더 바쁘다.
지구대는 관내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해 순찰활동을 하는 치안업무도 있지만 우리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어려운 분들에게 마음을 쓰는 업무도 있다.
얼마 전 학동지구대에서는 여중생 1학년이 아파트 벽면에 락카로 낙서를 한다는 신고를 받고 나갔다가 그 여중생의 가정형편이 생계자체가 어려울 만큼 월세가 석달이나 밀려있어서 당장 쫒겨나게 생겼고 전기, 도시가스까지 끊겨 가스렌지 대신 낡은 버너로 라면을 끓여먹고 있었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일찍 돌아가시고 병든 어머니 혼자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들을 위해 복지재단과 연결해 사랑병원에서 무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는 물론이고 밀린 월세와 체납된 공과금까지 지원을 받게 해주는 등 따뜻한 미담사례를 전한 적이 있다.
겨울에 호빵이 그리워지듯 호빵 같은 따뜻하고 훈훈함으로 우리 경찰과 주민 모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겹게 살고 계시는 불우한 이웃에게 고개를 돌려보는 건 어떨까 싶다. 그리고 이러한 불우이웃을 보게 된다면 가까운 지구대를 찾아 같이 의논해 줬으면 좋겠다.
오늘의 지구대는 도둑 같은 나쁜 사람을 잡는 경찰도 모여 있는 곳이지만 겨울철 호빵 같은 아저씨들도 참 많이 있기 때문이다. 올 겨울은 힘들게 살고 계시는 주민들이 정말 힘들지 않고 훈훈한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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