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최영순 경사 |
작년 6월. 대구에서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한 고등학생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쪼그려 앉아 서럽게 눈물을 훔치는 CCTV 영상과 함께 그 학생이 7시간 후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짧은 생을 마감했다는 아나운서의 멘트를 들으며 우리는 먹먹해진 가슴을 진정시키기 힘들었다.
현재 사회 각 분야에서는 학교폭력의 예방과 근절을 위해 학교폭력 신고 및 상담 전화 117, 경찰지원센터 “안전Dream", 학교폭력 One-stop 지원센터 등등 많은 대책과 방안을 마련해 실천 중에 있다.
이로 인해 많은 피해학생들이 학교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가해학생들도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새로운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학교폭력을 당했다며 112신고를 한 피해 학생이 학교폭력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공통적으로 주위의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될 때면 학교폭력은 아직 진행 중에 있고 수많은 학생들이 아물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안은 채 지금도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10대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고, 학교폭력은 그 원인 중 하나다.
통계에 의하면 언어폭력, 인터넷을 이용한 욕설과 비방이 학교폭력 피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사이버 폭력을 당한 학생의 자살기도율이 신체 폭행을 당한 학생 자살기도율의 1.5배에 달한다고 한다.
그만큼 심리적인 갈등과 스트레스가 청소년들에게는 자연 치유되기 힘든 상처이다.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들기에 혼자서 끌어안고 고통 받는 피해학생을 찾아내고 도와주기 위해서 우리의 관심이 가장 선행되어야 한다.
귀가한 아이의 교복이 젖어 있거나 찢겨져 있는 경우, 작은 일에도 예민하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경우, 학용품이나 교과서가 자주 없어지거나 망가져 있는 경우, 자신이 아끼던 물건을 친구에게 빌려줬다고 하는 경우, 전보다 자주 용돈을 달라고 하거나 때로는 부모의 돈을 훔치는 경우, 학교에서 돌아와 배가 고프다며 폭식을 하는 경우 등등 학교폭력의 피해자임을 추정할 수 있는 모습을 피해학생 스스로 가족과 주위 사람에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관심이 없다면 그 모습은 그냥 아이의 일상으로 보일 뿐이다.
고개를 들어 옆을 보지 않는다면 학교폭력은 보이지 않는다.
바쁘고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라도 아이들의 하루를 공유하자. 그리고 대화하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