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염리동 마을공동체 '소금마을' 눈길

고수현 / smkh86@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4-04-06 14: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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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변신···문화·예술 넘치는 '마을공도체 메카'로 재탄생 [시민일보=고수현 기자]범죄예방디자인 입혀 안전지대 조성···골목 곳곳 비상벨 설치
구석구석 소금길 축제 등 행사에 외국이 관광객 발길 이어져

■쪽방촌에서 소금마을로···

서울 마포구 염리동(鹽里洞)이 범죄예방디자인을 입어 소금마을로 다시 태어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염리동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금과 관련이 깊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옛날 동막역 부근에 소금창고가 있어 소금장수들이 많이 살았고 마포동의 소금머리골에는 소금배가 드나들던 염전이 있었다. 이 때문에 염리동이라고 불렸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염리동은 재개발이 지연되면서 고지대에 위치해 있는 쪽방촌이나 가로등 불빛도 들어오지 못하는 좁고 구불구불한 회색의 골목길 등으로 인해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런 염리동이 주민공동체인 소금마을로 다시 태어났다.

구에서는 지난해 마을을 단순한 거주지역이 아닌 문화·예술의 즐거움을 함께 공유하는 공동체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행사와 함께 ‘구석구석 소금길 축제’를 개최했다.

주민들 스스로 마을공동체를 구성해 시작한 소금마을 사업은 현재 타지역의 구는 물론 외국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오는 성공적인 마을공동체 사업이자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소금길, 안전한 길

소금마을에는 총 1.7km의 길이로 조성된 길이 있다. 소금길이라 불리는 이 길은 알록달록한 벽화들과 독특한 바닥 때문에 외지인들도 많이 찾는 명소이다.

앞서 서울시는 염리동을 범죄예방디자인 프로젝트 대상자로 선정해 사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 소금길이 완성됐다.

소금길은 A, B 코스로 나뉘어 있으며 도보로 1시간가량이 소요된다. 곳곳마다 운동기구가 설치돼 있어 걷는 도중 운동을 즐길 수도 있으며 바닥엔 사방치기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그려져 있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여기에 알록달록 색칠된 벽이 눈을 즐겁게 한다.

담벼락은 소금길 사업 취지에 공감한 염리동에 거주하는 주민 30가구가 삼화페인트와 전문 디자이너의 도움으로 직접 담을 보수하고 도색하는 골목길 커뮤니티 아트(골목아틀리에) 사업을 통해 꾸몄다. 이를 통해 어둡고 낡은 담은 밝고 화사한 예술작품으로 변모했다.

이밖에도 소금길 일대의 자투리 땅에 화분형 텃밭을 분양해 주민들이 직접 친환경 작물을 재배하거나 집앞 작은 공간을 마련해 물품나눔을 실현하는 등 주민들의 참여와 노력으로 소금길과 인접한 골목들이 화사하고 웃음이 넘치는 공간으로 변화했다.

무엇보다도 범죄예방디자인답게 소금길에는 다양한 범죄예방 장치가 마련돼 있다. 밝은색 계열의 벽화는 물론 전봇대에 지번을 입력해 신고시 전봇대에 적힌 지명으로 위치를 설명할 수 있게 했으며 소금마을 이곳저곳에 설치된 비상벨을 누를 경우 요란한 경고음이 울리도록 설정해 놓았다.

또한 위험에 처한 이웃을 돕고자하는 염리동 주민의 자발적인 신청으로 소금마을 곳곳에 인터넷프로토콜(IP) 카메라가 설치된 ‘노란색 대문의 지킴이집’ 6가구가 운영되고 있다.

구에 따르면 소금길 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느끼는 자신과 가족에 대한 범죄발생에 두려움은 각각 각각 9.1%, 13.6% 줄었고 반대로 동네에 대한 애착은 13.8% 증가했다. 소금길은 이러한 수치상의 변화뿐만 아니라 동네 이웃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고 기피대상이었던 골목길은 지역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되었다.

■소금나루, 민·관 협력으로 새롭게 태어난 주민들의 사랑방

최근 소금길 초입에 위치한 폐가압장이 염리동 마을공동체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소금나루는 지하 1층~지상 1층(대지 422㎡, 건물 108.07㎡) 규모로 ▲마을안전센터 ▲다목적 공부방 ▲소금나루 카페 등이 위치해 있다.

마을안전센터는 소금길의 유지관리와 마을 곳곳에 설치한 IP 카메라를 모니터링해 범죄를 예방한다. 다목적 공부방과 소금나루 카페는 주민모임, 어린이 놀이터 등은 사교의 장 역할을 해 주민들이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운영된다.

이밖에도 마을회관, 마을학교, 지역문화공간으로 소금나루를 활용한다.

특히 옥상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이용해 퇴비를 만들고 친환경 작물을 재배하는 등 주민공유 텃밭을 운영할 예정이다.

소금나루 리모델링 비용은 (주)삼성, (주)넥슨, (주)삼화페인트 등의 기업에서 약 2400만원을 후원했고 주민들은 1200만원을 기부했다. 앞서 염리마을공동체는 구의 지원아래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에 참가해 2014년 운영예산인 1억원을 확보했다.

구는 염리동 마을공동체가 제안한 폐가압장 활용방안부터 건물 이름까지 모두 주민 의견이 잘 반영될 수 있게 노력했다.

이에 안동호 염리마을공동체 대표는 “구청, 마을공동체, 주민 간 원활한 소통의 결과물인 소금나루를 잘 운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홍섭 구청장은 소금나루 개관에 대해 “범죄예방, 주민 커뮤니티 활성화, 일자리 창출과 마을단위의 도시농업 이 모든 것들을 소금나루에서 볼 수 있게 됐다”며 “적극적인 주민 참여와 민·관의 소통 및 협력이 이토록 성과를 보여줘 놀라울 따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소금마을, 마을공동체의 메카가 되다

염리동 소금마을은 성공적인 마을 공동체로 평가받으며 각종 언론매체의 주목을 받아 TV, 인터넷, 신문 등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됐다.

소금마을의 소금길 사업이 각광을 받으며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주민자치위원회의 벤치마킹만 2013년 상반기에 50여차례 있었다. 또한 약 1000여명의 외부 주민 및 관계 공무원, 의회 의원 등이 염리동의 주민자치사업, 마을기업 솔트카페, 지역 특화프로그램, 문화행사, 범죄예방디자인 프로젝트 등을 견학하기위해 염리동 주민센터를 방문했다.

이외에도 이라크 여성 공무원 15명이 염리동을 방문하고 독일 매크로미디어 대학생들이 견학을 오는 등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방문객이 찾아오는 추세이다.

무엇보다 외지에서 관광목적으로 오는 관광객이 많아졌으며 특히나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의 필수 답사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염리동 마을공동체는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소금나루를 소금길의 전초기지이자 24시간 개방하는 마을회관 개념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고 앞으로 마을의 교육·안전·문화사업 등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사회적기업 활동 등을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창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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