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생의 계기가 된 전자발찌

김형호 / / 기사승인 : 2014-04-07 17: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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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대전보호관찰소 천안지소 위치추적 전담보호관찰관 김형호
▲김형호
“앞으로 나 보고 어떻게 살라고 하는 것이냐?” 작년 4월 전자발찌를 차며 내뱉은 김씨(남, 57세)의 절규였다. 당시 그의 얼굴에는 판결에 대한 불만과 전자발찌에 대한 불안이 가득하였다.

한편 생각해 보면 그의 인생역정이 참으로 기구하다. 그는 17세 어린나이에 절도죄로 징역형을 선고 받아 처음 교도소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이후 사회복귀에 실패하며 교도소와 사회를 오가며 수용시설에서 보낸 기간이 32년에 이른다. 그가 살아온 인생의 절반이 넘는 기간을 수용시설에서 보낸 것이다.

김씨는 특정 성범죄자에 대해 전자발찌를 소급 부착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전자발찌를 부착하게 되었다. 마지막 수용생활을 마치고 출소한지 2년이 된 그에게 전자발찌란 새로운 수용생활의 시작과 다름없이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서 전자발찌를 부착한 초기, 보호관찰관으로서 그의 마음을 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적대적이었고 늘 불만을 토로하였다. 그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며 때로는 공감을, 때로는 법적인 설명을 통해 그의 불만을 해소시키며 조금씩 다가가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점차 그 역시 전자발찌 착용에 대한 불편함이 있지만 자신의 행적이 모두 보호관찰관에게 공개됨에 따라 술자리를 피하고 일찍 귀가하게 되는 등 긍정적인 생활변화가 찾아왔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수개월이 지난 뒤 그의 생활이 눈에 들어왔다. 기초생활수급을 받으며 동거녀와 원룸 단칸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에게 새로운 삶이란 남의 일과 같았다. 오랜 수용생활로 인한 가족과 사회와의 단절, 사회복귀에 실패를 경험하며 그에게는 현실을 개선시키고자 하는 의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보호관찰관의 우호적인 태도에 점점 마음을 열어간 그는 “나 역시 이런 생활을 끝내고 싶다. 무엇인가 하고 싶다.”며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러한 그에게 보호관찰관이 손을 내밀어 주었다. 지역 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 진행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알선해 준 것이다.

애초에 그는 창업의 성공 여부에 대해 큰 의구심을 가졌는데, 그동안 경험해온 반복된 실패의 기억이 그를 주눅 들게 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보호관찰관과 함께 창업 업종과 장소를 물색하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점차 자신의 꿈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고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과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작년 9월 보호관찰관을 통해 창업자금을 지원 받아 작지만 소중한 자신의 가게를 열게 되었다.

쉽지 않은 창업 과정이었지만, 난생처음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여러 차례 위기를 겪는 그에게 보호관찰관은 계속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었고 그 역시 자포자기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 현재 월 500만 원의 적지 않은 소득을 올리며 안정되게 가게를 운영 중이다.

현재 성업 중인 그의 가게에 발을 디딜 때면 그는 늘 함박웃음을 보인다. “요즘 몸이 힘들어도 가게에 오면 늘 기분이 좋다. 일할 맛이 난다는 것이 이런 기분인 것 같다.”며 뒤늦게 찾아온 행복에 기뻐하는 그를 보며 보호관찰관으로서 뿌듯한 기분을 느낀다.

물론 전자발찌 제도는 범죄자의 재범을 억제하여 국민을 보호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범죄자의 재범을 막고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복귀시키는 데에는 단순히 전자발찌를 그의 몸에 부착하여 그의 행적을 감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전자발찌 제도 역시 다른 사회내처우와 마찬가지로 범죄자의 환경을 개선하고 그의 행동을 변화시켜야 만이 진정한 목적을 달성시켰다고 볼 수 있다.

혹자는 전자발찌를 부착할 만큼 용서하지 못할 중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에게 너무 과한 관심과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 역시 누군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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