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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욱 |
얼마 전 고향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친구가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된 상태에서 다시 운전하다가 무면허 사고를 냈다는 것이다. 2012년부터 3회 이상 음주운전을 해서 3진 아웃에 해당되는 사안이었다. 문제는 교통사고조사 담당 경찰이 친구를 구속시키려 한다며 좋은 방안을 구하는 것이었다. 나는 담당 경찰관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내심 전화를 해서 선처를 부탁해 보고 싶었다.
오랜만에 연락온 고향 친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한 후 다시 생각해보고 옆 동료와 친구의 문제를 상의한 바, 전화해서 부탁한다고 들어주지도 않을 것이고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 자신도 동료나 외부에서 경찰 업무에 대한 부탁이 오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없었던 것이다. 경찰 업무가 그만큼 투명하고 청렴해졌다는 것을 내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세월호 사고로 우리나라의 안전도가 추락하고 전국적인 혼란에 빠져 버리고 계절이 두 번 바뀌도록 아직도 그 상흔은 남아 있다. 이 사건은 공무원 세계에서 청렴하지 못한 사람들의 부정부패와 탐욕이 어우러진 불량품 백화점의 결정체라고 생각한다. 관계자들이 욕심을 버리고 매사에 규정을 지키고 탐욕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이같은 재난은 우리에게 닥치지 않았을 것이다. 과욕은 넘치고 청렴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기에 참상은 자명한 것이었다.
오늘날에 있어서 청렴결백한 관리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황희 정승이 생각난다. 계란유골이라는 사자성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유래를 잠시 들여다 보자면, 하도 가난하게 사는 황희 정승을 불쌍히 여긴 대왕, 세종이 어느날 황희에게 선물을 보내고자 하였다. 궁리 끝에 왕은 오늘, 남대문에서 들여오는 모든 물건을 사서 황희에게 선물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하필이면 그 중요한 그날 태풍이 오는 바람에 단 한명만이 물건을 가지고 남대문을 지나갔고, 그것은 다름아닌 달걀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달걀조차 곪아버려 삶아 먹을 수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황희 정승은 이조차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호탕하게 웃었다고 한다.
오늘 뜨거운 여름도 지나고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다. 햇살은 따갑지만 청명한 가을을 느끼게 한다. 좋은 계절에 아시아인이 모여 축제의 장을 여는데 우리 모두가 합심하여 즐기려면 욕심없이 청렴한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이 가을 하늘처럼 우리도 다시 청렴한 세상을 이루어 가면 참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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