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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현 |
상황실에서 무전으로 신고자에게 CPR(심폐소생술)안내중이라는 내용이 들려오고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하고 머릿속으로 도착 후 어떻게 해야할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운전요원에겐 어떤 것들을 할 건지 역할을 미리 분담했다. 다행히 사고 장소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5분내 도착했다. 환자는 50대 후반 중년의 남성이었고 밥상 옆에 쓰러져 있었으며 신고자인 아들은 상황실의 지시대로 심폐소생술을 혼자 충실히 실시 중이었다.
나는 즉시 아들과 교대해 환자평가 후 무의식 무호흡 무맥박을 확인,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운전요원은 신속히 미리 계획한대로 제세동기를 꺼내들고 와서 가슴에 부착시켰다.
신속한 신고와 현장도착으로 심장리듬은 무수축이 아닌 심실세동 상태였고 쇽1회 실시했다. 이후 기적처럼 환자의 심장리듬은 정상리듬으로 회복돼 가고 있었으며 불안정 하지만 자가호흡도 시작했다. 순환회복을 확인후 즉시 신고자인 아들과 함께 환자를 들고 5층 계단을 내려와 가장 인근 응급센터인 한림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환자를 의료진에게 인계하고 충실히 자기역할을 해낸 신고자인 아들과 환자의 배우자에게 환자의 쾌유를 기원하고 귀소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약 열흘후 그 환자분의 배우자께서 센터를 방문했다. 남편분께서 깨어나셔서 지금 다시 출근하신다고,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었다. 아주머니께서는 연신 나에게 허리를 숙여 고맙다고 인사했다. 나는 아주머니에게 말씀드렸다. 아버님의 생명의 은인은 제가 아니고 아드님이시라고.
아드님께서 신속한 신고와 정확한 심폐소생술을 하셨기에 이런 좋은 결과가 있을수 있었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아주머니께서 실은 아들이 군대 전역한지 얼마 안되서 심폐소생술을 알고 있었다고 말씀하셨다. 정말 다행이고 행운이었다. 그간의 경험으로 볼때 많은 심폐정지 환자들의 경우 심폐정지 상황에서 신고는 신속히 이뤄지지만 그상태 그대로 방치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신고자가 당황이 돼서, 또는 무서워서, 또는 괜히 나중에 법적책임을 묻게 될까봐. 그러는 동안 환자는 서서히 죽어간다.
단언컨대 신고자가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심폐소생술만 하고 있어도 죽어가는 환자의 소생률을 훨씬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험으로 볼때 심폐정지환자를 소생시킨 사례중에 신고자 또는 발견자가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은 경우는 내기억으로는 단한건도 없었던 것 같다.
반대로 애기하면 신고자가 또는 발견자가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고 구급대원 오기만을 기다린 경우는 소생률이 '제로퍼센트'라는 얘기다. 기껏 심장을 돌려놔도 심폐정지 시간이 길어져 뇌사상태에 빠지는 경우 뿐이었다. 신고자 역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하루라도 빨리 일반인들에게 최소한 심폐소생술이라도 제대로 교육하고 생활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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