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채무 7兆 감축' 알고보면 억지?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4-12-30 15:3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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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축액 97%는 SH공사 '마곡·은평·문정지구 개발사업' 선투자금 상환금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서울시가 ‘채무 7조원 감축’을 달성했다고 밝혔으나,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관련 수치를 억지로 꿰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채무 7조원 감축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1년 10월 취임하면서 내세운 공약으로, 시는 전날 “박 시장이 보궐선거로 취임할 당시에 19조9873억원이던 서울시(투자기관 포함)의 채무액은 이날 현재 총 7조397억원 감소한 12조9476억원”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감축액의 약 97%는 SH공사의 마곡·은평·문정 지구 개발 사업에 대한 선 투자금 상환인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실제 서울시가 발표한 감축액은 ▲SH공사 6조8000억 원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4886억 원 ▲서울시 600여억 원 등으로 SH공사에 집중돼 있다.

SH공사는 4조1000억 원 규모의 마곡지구, 3조5000억 원이 들었던 은평지구 등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에 대한 선투자로 2011년 10월 기준 13조5789억 원의 채무를 지고 있었다.

이후 선투자 한 택지와 주택분양 등을 통해 20조8865억 원을 회수하고 임대주택 건설 등 사업비로 14조 865억 원을 지출해 6조8000억 원의 채무를 줄인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특혜에 가까운 분양 조건 등이 문제가 돼 서울시의회로부터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남재경 시의원은 “예산절감을 통한 채무감축이 아니라 박 시장의 ‘공약달성’ 성과를 위한 억지노력의 결과물을 채무감축 달성이라고 내세우는 것"이라며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SH공사가 선투자한 것은 해당 지구의 택지 매각이나 분양 절차가 마무리되면 어차피 줄어들 채무였다"며 "특혜의혹이 제기될 정도로 파격적인 조건과 헐값에 던지는 식으로 이뤄진 분양을 채무감축 성과로 내세우는 건 낯 뜨거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시가 과거 전임시장의 부채율을 부각시키며 비판했던 전력을 들어 “도매상을 하는 남편이 소매상인들에게 팔 물건을 외상으로 사들였는데, 아내는 남편이 잘못해 부채가 늘어났다고 핀잔한 후, 그걸 소매상인들에게 판매하고는 자기가 부채를 줄였다고 자랑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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