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술 때문에 범죄자가 될 것인가?

이지윤 / / 기사승인 : 2015-07-13 14: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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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윤
인천 삼산경찰서 부개파출소

새벽 6시 벌써 동이 터 하루가 시작 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A파출소 바로 옆의 공원에서는 이름 모를 새들이 또다시 아침을 지저귀기 시작했고, 파출소 앞 골목길은 벌써부터 주민들의 출근길 발걸음이 바쁘기만 하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어제 저녁 7시께 출근 후 야간 근무에 투입되어 다양한 112신고와 직접 인지한 각종 사건들을 처리하며 밤을 새우고 있는 필자에게는 이제 그 고단함이 점점 파도처럼 몰려오는 시간이 됐다.

피곤함을 견뎌내며 야간에 처리한 사건처리 등 기록들을 정리하면서 문득, 처리내용의 약80∼90%가 누군가의 술에 취한 행동으로 발생한 사건임을 알게 되었을 때 술에 대한 좀 더 깊은 생각에 잠시 잠기게 됐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에는 남에게 전혀 함부로 대하지 않는 점잖기로 소문난 사람인데 술만 마셨다 하면 '주사'가 심해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바로 상습 주취행패자 들로서 요즘 흔히 '주취폭력배' 또는 '주폭'이라고 줄여서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주량보다 훨씬 많은 양의 술을 마시고 술을 마시면 무조건 취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까지 있어 보이기도 하고, 스스로 자제력을 잃어버리며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괴롭히게 된다. 결국 폭력 사건의 주도자가 되어버리거나 사람들이 피해야 하는 위험인물이 되는 것이다.

술에 취해 사건을 벌이고 술이 깨면서 모두들 후회를 한다. 단 한명도 후회 하지 않는 사람을 볼 수 없었다. "너무 술을 마셔서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술 때문인데 좀 봐주십시오"라는 식의 변명을 해보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자신이 온전히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만 한다. 과거에는 술에 취해 폭행 등 범죄를 저질러도 심신미약 내지는 본의 아닌 실수를 했다는 점을 참작하여 관용을 베풀거나 관대한 처벌을 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요즘은 더욱 강력한 처벌을 하는 쪽으로 법원의 판례들이 바뀌고 있는 흐름을 볼 수 있다. 더 이상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것이다.

혹자들은 '누구나 한번쯤 술에 취해 실수를 할 수도 있지 않느냐'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실수’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상대방은 회복 할 수 없는 평생의 아픔과 상처가 될 수 있음을 헤아려 본다면 그런 식의 표현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고작 술 때문에 한번 뿐인 인생을 파괴 할 것인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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