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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은 |
어른들이 우는 아이에게 '경찰 아저씨가 잡아 간다'는 말로 자주 겁을 주었던 것을 보면 한 때 경찰은 호랑이만큼이나 무서운 이미지였던 듯하다.
그런데 언젠가인가부터 경찰의 이미지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로보캅폴리' 만화의 등장때문인지, 이보다 앞선 '포돌이·포순이'라는 경찰의 노력 덕분인지, 이제는 지역순찰을 돌다보면 도망가는 아이들보다는 손 흔들며 밝게 인사하는 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112신고전화 한 통화로 경찰관을 찾는 일도 많아졌다.
1957년 실시한 이래로 국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든든한 수호천사 역할을 하고 있는 112신고는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친숙한 번호가 됐다. 1990년 52만 건이던 112신고전화건수는 지난해 1877만 건으로 무려 36배 이상 급격히 증가했다.
이쯤이면 국민들이 '애용하는 번호' 순위에 들지 않을까 싶다. 외국의 신뢰도 높은 리서치 사이트인 Numbeo.com이 올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범죄율이 가장 낮은 나라로 한국이 선정되었다. 늦은 밤길에도 별 걱정 없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보기 드문 나라가 되기까지 '애용번호'인 112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어디서든지 112만 누르면 경찰이 5분 안에 달려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112신고에 대한 국민의식 부족으로 인해 경찰력이 불필요한 신고도 함께 증가하면서, 정작 경찰의 도움이 절실한 곳에 출동이 지연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해 안타까운 실정이다.
지난해 112신고 1877만8105건 가운데 긴급출동한 신고는 239만 1396건(12.7%)에 불과하다. 긴급하지 않아도 출동한 신고는 799만6036건(42.6%)이었고, 나머지 839만673건(44.7%)은 출동이 필요 없는 '상담·민원성' 신고였다.
내용이 없는 반복 전화나 욕설·폭언을 일삼는 '악성신고'도 끊이지 않는다. 6월 한 달 간 112에 100차례 넘게 전화한 사람은 173명이었고, 심지어 1천 차례 이상 전화한 이도 5명이나 되었다.
내가 근무하는 지구대에서도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신고전화가 반복적으로 오기도 하며, 황당한 신고가 들어오기도 한다.
예를 들면 짜장면이 불어서 배달이 됐다는 신고, 뽑기기계가 잘 안 뽑힌다는 신고 등이다. 이런 신고가 들어오면 지역경찰은 무조건 출동하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정작 경찰력이 많이 필요한 폭행 현장이라든지, 정도가 심각한 가정폭력 현장 등에 정상적으로 출동하는 데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소 생소할지 모르지만 지난 11월2일은 '112의 날'이었다. 이제는 모두가 다 아는 112이지만, 이제는 불필요한 신고전화를 줄이고 올바른 신고의식을 홍보하기 위해서 경찰에서는 이 날을 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달부터 대형 현수막이과 포스터 등을 전국에 부착해 긴급한 위험에 처했을 때에만 112에 신고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하는 '올바른 112신고문화 정착을 위한 홍보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경찰은 우리동네를 지키는 든든한 수호자임은 분명하나, 일상의 잡다한 모든 일을 해결해 주는 해결사는 아니다.
이제는 무분별한 112신고를 자제해야 한다. 긴급한 위험에 처했을 때만 112신고를 이용하고, 경찰과 관련 있는 민원사항은 182번, 그리고 경찰과 관련이 없는 단순 생활민원은 110번 또는 120번을 이용해야 한다.
성숙한 신고문화가 하루빨리 자리 잡아 가장 위기의 순간에 가장 신속하게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는 국민들의 진정한 '올바른 애용번호'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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