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소리' 이성민, 따듯한 부성애의 온도로 무장된 그의 '눈빛'

서문영 /   / 기사승인 : 2016-01-19 23: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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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로봇, 소리' 포스터/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10년 동안 사라진 딸을 찾아 헤매는 아비의 심정을. 영화 ‘로봇, 소리’는 그런 부성애의 뒤를 차근차근 쫓아가며 깊이있는 감정묘사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과하게 눈물을 유도하지 않으면서도 먹먹한 그 마음을 가슴 깊숙이 공감하게 하는 특별한 시선으로 영화를 먼저 접한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처음으로 단독주연을 맡은 이성민이 있다. 언어로 표현 못할 인물의 마음이 그의 눈빛과 작은 움직임, 진심으로 던지는 대사들을 통해 지난 10년 딸에게 연락이 올까 폴더폰만 쓰는 해관 그 자체로 관객들에게 다가왔다.
▲ '로봇, 소리' 공식 스틸컷/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성민은 종종 “첫 단독주연이라 부담이 많이 됐다”라는 발언을 했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 로봇 ‘소리’와의 호흡도 완벽하게 소화했다. 천문대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소리’에게 진심을 털어놓는 장면에선 ‘소리’의 순수함과 자신의 애달픔을 동시에 아우르는 연기로 ‘로봇, 소리’만의 특별함을 부각시켰다.


그는 이제 ‘미생’을 통해 ‘국민멘토’라는 수식어까지 얻었지만 그 과정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대학생이 되자마자 극단 무대 경험으로 착실하게 연기 내공을 쌓아왔지만 영화에선 2001년 ‘블랙 & 화이트’ 출연 이후 ‘말아톤’ ‘밀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부당거래’ 등에서 조연급이나 단역으로 출연했다.


2012년 드라마 ‘골든 타임’으로 주연을 맡기까지 ‘마왕’ ‘파스타’ ‘브레인’ ‘더킹 투하츠’ 등까지 연기력은 풍성했지만 배역은 뒤를 받쳐주는 조연급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도 그는 쉬지 않고 배역을 맡았다. “거절 못하는 성격”이라고 스스로도 인정할 만큼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끊임없이 출연하며 서서히 존재감을 펼쳐왔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그는 마침내 드라마 ‘미생’, 영화 ‘방황하는 칼날’ ‘손님’으로 날카로운 이미지와 넉살 좋은 아우라를 동시에 형성할 수 있었다.
▲ (좌측부터 시계방향) 방황하는 칼날, 미생, 손님/CJ엔터테인먼트, tvN 제공

‘로봇, 소리’에서도 그는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 영화 내내 주요한 상대배역은 로봇인 ‘소리’였다. 이성민은 10년 전 과거에 묶여있는 해관이 어떻게 ‘소리’와 소통해야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 결과 영화에서는 전혀 괴리감 없이 해관으로서 ‘소리’와 진심으로 소통하는 순간들을 담아냈다.


꽤 좋은 호평들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이성민은 결코 자신의 덕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는 차분하게 “심은경 배우가 목소리 연기를 해줘서 다행이다” “감독님이 감정선 컨트롤을 잘해준 덕분이다” 등의 발언으로 현장을 함께 한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기 일쑤였다.


이번 ‘로봇, 소리’를 통해 그는 분명 ‘믿을 만한 배우’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날 것임을 확신케 했다. 그간의 연기열정이 헛되지 않은 듯 배역에게 필요한 것들을 정확하게 담아낸 그는 27일 ‘로봇, 소리’ 개봉을 통해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눈빛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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