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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은 여름에 개봉을 하지만,바캉스 시즌을 겨냥한 여느 영화들과는 맥락을 달리한다. 시원하고 푸른 백사장도,늘씬한 미모를 자랑하는 여성 캐릭터도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산이라는 넓지만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16시간의 한정된 추격전은 묘한 긴장감과 함께 극도의 카타르시스를 일으킨다.
산.인간이 수 없이 오르고,정복에 나서는 거대한 자연. 이우철 감독은 산의 광활함과 폐쇄적인 느낌을 동시에 표현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혼돈 속에서 나오는 쾌락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산이라는 장소가 주는 일반적인 이미지는 녹색 숲과 수 많은 나무에서 비롯되는 '힐링'의 코드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영화 속 산은 음산하고 욕망에 눈이 뒤집어진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추악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개체에 가깝다.
그 어울릴듯,어울리지 않는 간극이 영화 전반을 이끌어가는 주된 포인트다.
사냥꾼 문기성(안성기 분)은 과거 끔찍한 인명 피해를 냈던 탄광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다. 이후에는 원인 모를 죄책감과 악몽에 시달리며 사냥에만 매진하는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그와 대립하는 박동근,박명근(조진웅 분)은 우연히 산에서 발견된 금맥을 차지하기 위해 지휘자를 자처하며,산의 터줏대감 기성과 힘겨루기를 한다.
아무도 찾지 않는 외딴산에서 금맥이 발견된다. 얼핏 듣기에는 다소 뜬금없어 보일수 도 있지만,영화는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며 이를 상쇄한다.
누구든 금을 차지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 인물들이 뿜어내는 광기가 충돌하는 순간은 관객들의 공감과 대리만족을 동시에 끄집어낸다.
여기에 영화 속에서 나오는 산은 마치 캐릭터들의 운명을 미리 알고 있다는 것처럼 웅장하고 경이로운 스케일로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실제 산에서 펼쳐지는 투박하지만 순도 100%의 리얼한 액션신은 그 어떤 자연을 배경으로 한 영화보다 통쾌한 한방을 지니고 있다.
산이라는 한정된 무대를 계속해서 다른 그림처럼 보일 수 있는 것은, 안성기-조진웅-한예리-손현주로 이어지는 충무로 대표 신.구 조화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공간과 스토리,연기. 3가지 요소가 완벽하게 짜여진 톱니바퀴를 보는 듯한 조합은 보는 이들의 오감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한다.
무더운 더위에 맞춰 공포영화와 스릴러들이 슬그머니 나타나는 극장가 '바캉스 대전'
피와 비명이 난무하는 일반적인 시선과 다른 노선을 택한 '사냥'의 실험정신이 어떤 결과를 나타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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