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치열했던 공주의 삶...그리고 조선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다

서문영 /   / 기사승인 : 2016-07-28 17: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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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대한민국의 마지막 황녀, 그의 숨겨진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는 8월 개봉을 앞둔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는 역사의 격량 속에 비운의 삶을 살았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덕혜옹주의 불운했던 삶, 그 속에서 평생 고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그의 모습을 그려낸다. 여기에는 당시 조선 백성들의 애환이 담겨있어 더욱 뜨거운 여운을 남긴다.

자국의 공주가 외적들에게 끌려가 비참한 삶을 살았다니, 이는 가슴아픈 역사 스토리 중 하나다. 덕혜옹주는 고종의 막내 딸로, 1919년 강제로 일본에 끌려갔다. 이어 1931년에는 일본의 백작인 소 다케유키와 정략 결혼까지 했다.

당시 덕혜옹주는 전국민의 사랑을 독차지 했던 공주였다. 그가 일제로 끌려가자, 조선 백성들은 분노했다. 하지만 그가 소 다케유키 백작과 결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선일보는 결혼식 사진 속 신랑의 얼굴을 삭제하고 시면에 실어 민심을 대변했다고. 이후 덕혜옹주는 조현병에 걸려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남편과는 합의 이혼을 했으며, 딸 정혜를 잃었다.

1945년 해방 이후에는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왕실을 구심점으로 독립운동을 펼쳐야한다는 세력과 왕실을 배제해야 한다는 세력이 갈등하던 가운데, 왕실을 배제해야 한다는 세력이 주도권을 갖게 됐다. 결국 왕조의 부활을 두려워했던 이승만 정부에 막혀 입국하지 못했다. 덕혜옹주는 1962년 고국 땅을 다시 밟았고, 이후 낙선재로 거처를 옮겨 살다 1989년 생을 마감했다.

영화 '덕혜옹주'는 이러한 역사 스토리 속에서, 공주의 불운했던 삶과 평생 고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비극적인 역사 과정에서 그가 사투를 벌이는 모습은 가슴 먹먹한 감성을 전한다.

연출을 맡은 허진호 감독은 덕혜옹주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던 중, 1962년 귀국한 덕혜옹주의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단다. 그리고 이 인물을 그린 동명의 소설을 보고 영화를 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감독은 덕혜옹주의 일대기, 결혼 생활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소설에 없었던 일본에서 있었던 독립군들의 왕족 상해 망명 시도 등을 다룬다. 감독은 러닝타임 내내 치열하면서도 섬세한 앵글로 덕혜옹주의 삶에 집중하게 만든다.

아무런 힘도 남아있지 않았던 황실에서 태어나, 일제와 친일파의 정치적 도구가 됐던 덕혜옹주의 삶은 얼마나 비참했을까. 그리고 그런 황실의 현실을 바라보는 조선 백성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이러한 복합적인 당대 인물들의 감정을 '덕혜옹주' 속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배우들은 보다 세심한 연기로 이를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는 오롯이 관객들의 몫일 것이다.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라는 덕혜옹주의 가슴아픈 대사는 스크린이 내려간 후에도 여운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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