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자, 대동여지도’가 전하는 단 하나의 메시지, 지도는 ‘모두의 것’

서문영 /   / 기사승인 : 2016-09-12 17: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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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도는 땅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그러나 지도의 의미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저마다 딛고 있는 곳을 상세하게 그려 넣은 지도는 단순한 그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고산자,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는 ‘대동여지도’라는 위대한 유산을 만든 김정호의 생을 그린 작품이다. 김정호가 지도를 완성하기까지 그가 겪었던 고충과 고난을 스크린에 최초로 풀어냈기에 관객들의 많은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동하지 않고 한 곳에만 머물러 사는 사람들에게 지도는 크게 필요해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일까, 농업이 중요했던 조선사회에서 지도를 독점했던 것은 군인과 행정가들이었다. 누군가를 다스리는 용도로만 사용됐던 지도이기 때문에 백성들에겐 정확하고 상세한 지도가 필요하지도, 또 있어서도 안됐다.

그러나 점차 상공업이 발달하면서 일반 백성들에게도 지도는 필요해졌다. 상공업은 농업과 달리 여러 곳을 돌아다녀야 하며 이때 이동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지도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지도를 백성에게 돌려주려한 인물이 바로 고산자 김정호였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잘못된 지도로 인해 목숨을 잃자 지도란 진정으로 백성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지도를 통한 나라의 통치나 외세의 위협은 그에게 백성의 목숨보다는 덜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흥선대원군 이하응에게 이 같은 김정호의 생각은 못마땅했다. 정밀한 지도를 만드는 그의 능력 자체는 높이 샀지만 그것을 백성과 공유하려는 그의 사상과 신념이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영화에는 순수한 목적으로 지도를 만드는 김정호와 그 지도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이용하려는 세도가들의 갈등이 등장한다. 정확한 지도를 통해 나라 곳곳의 사정을 한 눈에 파악해 왕실의 위엄을 세우려는 흥선대원군은 김정호를 끊임없이 포섭하고 회유하려고 한다.

영화 속 김정호의 지도가 왜구의 손에 들어가는 장면은 지도에 대한 관리가 필요해 보이는 지점이기도 하다.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는 민중의 것이라고 역설한다. 김정호의 대사 중 “이 나라에 사는 사람이 지도를 그렇게 사용할 리가 없다”는 민본주의의 입각한 발언이 영화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처럼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지도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대답에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대답을 내놓다. 이를 통해 지도는 소수의 전유물이 아닌 만인이 공유해야 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지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교훈과 감동을 전한다.

서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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