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 위 문재인?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1-17 11: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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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배치-개헌.. 잦은 말바꾸기로 구설수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개헌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잦은 말바꾸기로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득보다 실이 크기 때문에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가 최근 들어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는 사드배치의 경우, 소속 정당 의원들은 여전히 '원점 재검토'를 외치고 있는 모습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 문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사드배치 발표 직후 "재검토·공론화 요청", 10월엔 “사드배치와 관련된 제반 절차 잠정 중단” 12월엔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것이 옳다”고 하는 등 줄곧 재검토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미간 합의가 이뤄진 것을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드배치 반대 입장에서 한발 빼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같은 당 송영길 의원은 17일 YTN라디오 방송에서 "당론으로 공식 발표는 아직 안 되어 있고 대부분 공감대는 국회 비준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실제 사드가 북핵 미사일 방어에 기술적으로, 군사적으로 유용한지 여부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국회 비준동의로 오게 되면 하나하나 점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이견을 보였다.

문 전 대표를 겨냥, "여론의 눈치만 보면서 입장을 바꾸고 있다"고 비난하는 정치권 공세도 녹록치 않다.

반 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측근인 박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표의 발언은 어떻게 하겠다 라는 분명한 입장이 없고 소위 전략적인 모호성을 유지하는 그런 것 같다"며 "어떤 경우에는 한미 간에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을 취소할 수 있겠느냐 이렇게 발언을 했다가 그 다음에는 또 다음 정부에서 결정해야 된다, 이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혼란이 더 증폭되는 면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지도자로서 이런 문제에 대해서 입장을 이야기할 때는 분명한 자기 자신의 생각을 국민들에게 혼란 없이 말씀 해주셔야 국가 안보 문제나 주권 문제가 흔들리지 않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성원 새누리당 대변인은 전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문 전 대표가 지난 번 두 차례에 걸친 소속 의원들의 사드배치 반대 중국 사대외교를 방치한 것과, 오늘도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소속 의원들의 주장을 모른 채 하는 것을 봐도 사드배치에 대한 말 바꾸기는 국민을 속이는 쇼일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오늘도(16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원점 재검토’를 외치고 있고 문 전 대표는 이와 입장이 상충된다”며 "이는 (문 전대표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책임있는 안보 대안은 전혀 내놓지 않고, 여론의 극심한 눈치만 보며 갈지자 행보만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도 같은 날 현안브리핑을 통해 "문 전 대표는 작년에 사드배치의 잠정 중단을 주장했었다. 그러다가 최근 차기 정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하더니 이번엔 사실상 사드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라며 "오락가락도 이만저만해야지 현기증이 날 지경"이라고 공세에 가담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언행을 하면서 정작 사드배치와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해 오락가락 하는 것이 국민 보기에 민망하고 부끄럽지 않느냐"고 압박했다.

특히 "문 전 대표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계속 말을 바꾸는 '전략적 뒷북치기'를 하고 있다"며 "현안에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다 끝날 때가 돼서야 입장을 밝히는 숟가락 얹는 정치, 문 전 대표는 언제까지 이럴 것이냐"라고 질책했다.

장제원 바른정당 대변인도 “계속되는 말 바꾸기에 국민들은 너무나 혼란스럽다. 자고나면 입장이 바뀌는 조변석개식 언행에 어리둥절할 따름”이라 지적했다.

이어 “국가지도자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왔다갔다 말바꾸기는 신뢰할 수 없는 양치기 소년이 될 뿐”이라며 “국가안보는 대권욕에 사로잡혀 입장이 왔다갔다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가세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문재인, 안희정 등 야권 대선주자들이 오락가락, 애매모호한 발언으로 국민의 혼란과 불안을 키우고 있다"면서 "대통령하겠다는 사람들에게서 원칙을 발견할 수 없어 실망스럽고 당혹스럽다. 뚜렷한 원칙과 소신이 없으니 정치적 이해에 따라 오락가락하고, 무슨 내용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도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사드 배치와 관련, 이미 한미합의가 된 것은 취소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며 "대단히 유감"이라고 질타했다.

개헌 문제에 대해서도 문재인 전 대표는 입장을 번복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헌법이 무슨 죄냐”며 줄곧 호헌입장이었던 문 전대표는 최근 ‘제왕적대통령제’ 폐지여론이 비등해지자 “개헌에 대해 반대 한 적 없다”고 말을 바꿨다. 심지어 2018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로 개헌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개헌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측은 “여론에 등 떠밀려 호헌에서 개헌으로 말을 바꾼 문재인 전 대표의 개헌론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4년중임제를 주장하다가 내각제 개헌이 좋다고 말을 바꾼 것 역시 ‘국민주권개혁회의’ 출범을 방해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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