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물리는 문재인-안철수-홍준표의 '딜레마’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4-12 11: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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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安 때리면 양강구도 우려...洪 때리면 보수표 安 향해
安, 洪 때리면 보수표 이탈...文 정책 비판하면 호남 이탈
洪, 文 때리면 安 지지율 오르고 安 때리면 文 지지 상승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지역과 이념 구도 등 기존의 선거지형이 무시된 채 진행되고 있는 이번 대선의 특수성 때문에 각 후보 캠프의 선거전략이 혼동에 빠진 모습이다.

특히 다자구도 하에서 2강 체제를 굳히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무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외에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측 고민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실제 12일 여의도 정가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는 양강구도가 굳어질 가능성 때문에 안철수 후보에 대한 공격이 용이하지 않은 상황이다. 거기에 보수층이 보수 정당에 대한 기대를 접고 당선 가능성이 있는 안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중도층 표심 이탈에 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지경이 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후보를 확실하게 따돌려야하는 문 후보로선 상대 후보를 제대로 공격하기 어려운 현재 상황이 매우 난감할 것"이라며 "공격할수록 안 후보의 '양강' 지위를 굳혀주는 딜레마에 빠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실제 안희정 충남지사와의 경선 당시 문 후보는 '적폐 청산'을 강조하며 진보적 공약과 발언을 앞세웠다. 그러자 당 후보가 결정된 뒤, 이런 문 후보 노선에 반감을 느낀 안 지사 지지층이 안철수 후보 쪽으로 이동해버렸다.

그렇다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강하게 공격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 후보가 홍 후보 문제점을 공격해 그 지지층이 이탈하게 되면, 최대 경쟁자인 안 후보에게 가버릴 수도 있는 탓이다.

문 후보의 한 측근은 "우리의 '주적'은 안 후보지만 이번 대선을 '적폐 대 반(反)적폐' 대결 구도로 보는 입장에서 홍 후보를 공격하지 않을 수 없으니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는 홍 후보를 공격하자니 보수표심을 포기해야 하고 문 후보를 공격하자니 호남표 이탈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결과, 홍준표 후보가 문 후보 비판 수위를 높일수록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올랐고, 안 후보를 비판에 치중하니 문 후보 지지율 상승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는 지지율 상승세를 유지하기 위해 야권의 텃밭인 호남 표심과 보수의 기반인 영남 표심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숙제가 있다.

안 후보가 사드 배치 반대 당론에 대해 "철회시키기 위해 당을 설득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보수층 공략을 위해서다. 하지만 이로 인해 호남과 진보층 지지가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제1야당 후보인 문 후보 정책을 공격할 경우, 호남과 진보 지지층이 실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보수층을 끌어안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까지는 어렵더라도 바른정당과는 연대하는 게 지지층 확장에 유리하다는 권유도 있지만 안 후보가 이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는 탓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철수 후보가 박근혜 정부 탄생에 기여한 정치 세력과 손잡는 순간 기존 지지층인 호남과 진보·중도층이 실망감을 느껴 문 후보 쪽으로 이탈할 수 있다”고 전했다.

낮은 지지율로 고전 중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보수진영 후보로 나섰으면서도 문 후보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높일수록 안철수 후보에 보수표를 뺏기는 묘한 상황에 발목을 잡힌 상태다.

문 후보를 집중 공격하면 보수 정체성을 중시하는 유권자들이 자신에게 올 것으로 보았으나 안후보의 어부지리로 끝나 홍 후보의 속을 태우고 있는 것이다.

홍 후보가 전날 "호남1중대(민주당)를 때리니 민심이 호남2중대(국민의당)로 잠시 가 있지만, 그 흘러간 민심이 그곳에 오래 머무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상황을 두고 한 말이다.

그렇다고 안 후보를 집중 공격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현재의 지지율이나 정권 교체 요구가 강한 분위기를 볼 때, 안 후보에게서 이탈한 지지층이 홍 후보보다는 문 후보에게 갈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보수층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가 안 후보 표 떨어뜨려서 그 표를 문 후보에게 주는 것"이라며 "그런 상황을 만들려 하면 불안감을 가진 보수층이 안 후보로 더 결집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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