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아동수당, ‘제2의 누리예산’ 되나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8-29 10: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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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때 예산부담 반발하던 지자체 이번엔 침묵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아동수당 정책이 ‘제2의 누리예산’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비용을 떠안게 될 각 지자체의 한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예산부담을 들어 반발하던 박근혜 정권 때와는 달리 드러내놓고 이를 문제삼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속앓이만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4일 관련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상당량의 불만이 쏟아졌는데도 정작 중앙정부에 공식 건의하는 건에 대해선 모두가 부담을 느끼고 뒤로 물러섰다는 후문이다.

당시 모임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정부가 70% 이상 가는 높은 지지율을 가지고 있는데, 자칫 잘못 언급했다가는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솔직히 찍힐까봐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아동수당 정책은 0~5세 아동에 매월 1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으로 국비 보조율 71.8%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8.2%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단체장은 29일 “아동수당은 국가에서 주도하는 사업이고, 보편복지 정책인데, 왜 지방에 비용을 전가시키느냐”며 “보조를 더 해주던지, 중앙정부가 전액 부담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규사업은 이제 생각조차 할 수가 없게 됐다”며 “이대로 가면 지자체에서 하는 사업은 다 접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아동수당 재정소요 및 시ㆍ도별 지방비 부담(안)’에 따르면 2018년 7월부터 시행되는 아동수당 정책에 지방비는 무려 4294억원이 소요된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특별시(1286억원, 보조율50%)ㆍ부산광역시(182억원, 보조율80%)ㆍ대구광역시(146억원, 78.7%)ㆍ제주특별자치도(63억원, 70%)ㆍ전라남도(141억원, 73%) 등으로 이는 6개월에 소요되는 비용이기에 2019년 예정치는 두배 가량 늘어난다.

충청권의 한 단체장도 “문재인정부가 지방분권을 강조하지만 정작 중앙정부가 부담할 예산을 지자체가 떠안게 돼 자치권이 축소되고 있다”며 “이러다가 과거 ‘누리예산’처럼 정책 자체가 표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행자부 업무보고에서 ‘지방분권의 확대는 시대적 과제’라며 지방분권의 의지를 밝혔지만 실제로는 지방에 부담 주는 일만 추진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공약한 5대 복지사업인 아동수당,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확대, 장애인연금, 국가예방접종 확대에 대해 지자체가 부담해야할 비용은 5년간 총 13조5천억원에 달한다”면서 “지자체 분담금이 연평균 2조7천억원인데, 이는 최근 예산 문제가 되었던 누리과정 중 어린이집 연간예산 2조원보다 많은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정부는 아동수당과 같은 신규사업에 대한 지방비 매칭을 요청할 때에는 사전에 지자체와 협의를 추진했어야 함에도 관련 절차는 무시한 채 일방적인 독주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지자체는 정부의 나눠주기 복지 포퓰리즘 예산에 지방분담금을 대기 위하여 지자체의 다른 예산을 삭감하는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이는 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에는 오히려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재원마련에 대한 대책없이 무책임하게 지자체에 밀어붙이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공약한 사안인 만큼 중앙정부 주도로 지자체와 머리를 맞대 지자체의 재정부담을 막고 제대로 된 지방재정 확충방안을 긴급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의장도 “과거 누리과정 예산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실랑이 벌였던 일을 봤지 않느냐”며 “지방정부에서 제기하는 문제가 더 큰 문제 되기 전에 문재인 정부는 빨리 재원대책 제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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