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유승민, 중도통합에 올인하고 있지만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12-03 14: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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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리더십 흔들... 劉,추가 탈당설 여전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중도통합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두 당 모두 당내 상황은 녹록치 않다.

안 대표는 당 대표 취임 100일을 맞고 있지만 대선 패배 이후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당 지지율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특히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 문제를 놓고 호남계 의원들의 반발에 직면,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중도개혁 보수세력의 대통합을 내건 바른정당 유승민호도 출항 4주째에 돌입하지만, 여전히 추가탈당설에 시달리는 등 정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민의당= 정계개편을 통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안철수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내년 지방선거 필승카드로 제시했다.

하지만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의원 등 호남 3인방을 비롯한 중진들의 거센 반발로 당은 극심한 내홍에 빠져든 가운데 안철수계와 호남권의 결별 가능성까지 대두되는 상태다.

실제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둘러싼 국민의당 내부 갈등이 정기국회 종료 이후 재점화되면서 안철수 대표 측과 호남계 사이의 갈등이 정점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최근 친안 진영 일각에서는 이달 말 전 당원투표와 전당대회를 통해 신속하게 결판을 내자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당내 반발을 우려한 안대표 측 지도부가 공식 검토한 바 없다며 부인하고 있으나, 친안파 내부에선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의 승리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키우기 위해서는 통합추진의 속도를 좀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찬성파의 중추 역할을 하는 이태규 의원은 "내년 6월이 지방선거라면,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큰 가닥을 잡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선거연대든 통합이든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생 창당이 아니고, 신설 합당 정도로 간다면 법적인 절차가 굉장히 간소하기 때문에 물리적 시간도 크게 제약받을 일이 없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통합에 찬성하는 원외 지역위원장들도 4일 당내에 별도 모임을 출범시키고 안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원외지역위원장들의 경우 3분의 2이상이 통합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위원장들이 대표당원을 선임하기 때문에, 향후 통합 여부를 묻기 위한 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이들의 뜻이 많이 반영될 것이란 점에서 통합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호남 3인방을 중심으로 한 반발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안 대표를 연일 강하게 비판하는 이들은 통합 반대 명분을 쌓아가며 일전을 예고하는 분위기다.

박지원 의원은 "김동철 원내대표는 안 대표가 통합의 '통'자도 꺼내지 않기로 했다는데, 안 대표는 계속해서 통합을 강조한다"고 비판했고, 정동영 의원은 "통합은 국민의 삶과 무관한 공학"이라면서 "허깨비를 쫓는 안 대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라고 지적했다.

유성엽 의원은 안 대표를 겨냥해 "그렇게 통합하고 싶으면, 더 이상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원하는 사람만 나가서 하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심지어 호남에서는 현 지도부를 교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호남 3인방이 주축이 된 '평화개혁연대'가 반대파 20명 이상을 규합, 별도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다는 분당 시나리오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안철수 대표 측과 호남 측이 모두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황을 정리하자는 생각이 강한 만큼, 조만간 국민의당이 갈등 봉합이냐 분열이냐는 중대 갈림길에 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전당대회 직전 추가 탈당설이 나오던 일부 의원들의 마음을 붙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1개월 내 중도보수 통합로드맵' 구축을 공언했다.

일단 국민의당과의 연대·통합 논의는 본궤도에 오른 상태다.

양당 의원들 간 정책연대 모임인 국민통합포럼은 벌써 10회째 열리며 안착 단계에 들어섰고, '정책연대협의체'라는 이름의 공식 기구도 출범했다. 이 협의체는 양당의 내년 지방선거 연대는 물론 통합논의의 플랫폼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한국당과의 연대,통합논의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어서 당내 분란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정병국·이학재 의원이 한국당과의 소통 채널로 뛰고는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내 일각에선 유 대표가 국민통합포럼에 직접 참석하는 등 국민의당과의 소통에는 열심이지만, 한국당과의 통합논의는 사실상 나몰라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에선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바른정당 의원 9명의 복당 당시 "이제 문을 닫는다"며 먼저 통합논의를 걷어찬 만큼 현 지도부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하지만 홍준표 대표가 지난달 29일 대뜸 "앞문은 닫았다. 샛문으로 들어오라"며 바른정당 잔류 의원들에게 살짝 '뒷문'을 열어주는 제스처를 취한만큼, 추가 탈당 사태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 안팎에서는 정기국회가 끝나는 오는 9일 이후부터 한쪽으로 치우친 지도부의 중도보수 통합논의에 대한 불만이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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