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특활비는 의원들 쌈짓돈?

여영준 기자 / yyj@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07-05 11: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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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일보=여영준 기자] 국회의 3년치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분석 결과, 마치 국회의원들의 '쌈짓돈'처럼 마구잡이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참여연대가 최근 제출받은 2011∼2013년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결의서 1296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교섭단체 대표는 '특수 활동'을 했는 지 여부와 관계없이 매월 6000만원을 꼬박꼬박 수령했으며, 상임위원장과 특별위원장도 매월 600만원씩 타갔다.

그러나 이 돈이 위원회 활동을 위해 어떻게 쓰였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의원들끼리 특수활동비를 나눠 먹기 한 관행도 여실히 드러났다.

실제 교섭단체에는 '정책지원비', '단체활동비', '회기별 단체활동비' 등 3개 항목으로 매달, 회기별로 특수활동비가 주어졌다.

참여연대는 "특수활동비를 사용해야 할 구체적인 사유나 상황이 생긴 것도 아닌데 우선 지급하고 이후에 알아서 쓰도록 하는 것은 특수활동비 운용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라고 비판했다.

또한 국회 상임위원회 중 법제사법위원회만 특수활동비를 매달 1000만원씩 추가 지급 받아 법사위 간사와 위원들, 수석전문위원이 나눠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1년에 4∼6차례만 열리는 상설특별위원회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윤리특별위원회도 매달 600만원씩 위원장 이름으로 타갔다.

참여연대는 “예결특위는 예산·결산 시기에만 열리고, 윤리특위는 드물게 열리는데도 매월 돈을 지급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연구단체에도 매년 5억여원의 특수활동비가 책정됐다. 최우수, 우수 연구단체에는 시상금을 줬으며 국회에 등록된 연구단체에는 특수활동비를 차등 지급했다.

3년간 가장 많은 돈이 지급된 곳은 '농협은행(급여성경비)'으로 2011년 18억, 2012년 20억, 2013년 21억원을 가져갔다. 그런데 전체 특수활동비의 4분의 1을 차지하지만 누가 이 계좌에서 돈을 얼마나, 어떤 목적으로 인출해 갔는지 알 수 없다.

특히 국회의장이 외국에 나갈 때마다 수천만원의 특수활동비가 쓰였다. 박희태 전 의장은 5회에 걸쳐 28만9000 달러를, 강창희 전 의장은 6차례에 걸쳐 25만 8000달러를 사용했다.

참여연대는 "국회 특수활동비는 영수증을 증빙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마치 '쌈짓돈'처럼 아무런 감시와 통제 없이 사용되어 왔다"며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대표적인 관행을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가 국회 사무처로부터 받은 2011~2013년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결의 건수는 총 1296건이다. 세부지출항목은 △의정지원 △의회외교 △위원회 운영지원 △예비금으로 나뉜다.
2011년에는 86억6200만원, 2012년에는 76억2500만원, 2013년에는 64억 9900여만원이 사용됐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의정지원 명목이다. 매년 41억가량 지급된 이 특수활동비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매달 ‘월급’처럼 의원들에게 영수증 등 어디에 사용했는지 증빙이 필요 없는 돈이 지급됐다.

한편 이번 국회 특수활동비는 참여연대가 3여년간 소송 끝에 공개됐다. 지난 2015년 5월 참여연대는 국회 사무처가 특수활동비 내역을 비공개하자 이를 공개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올해 5월 국회 특수활동비는 비공개 대상 정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특수활동비는 영수증을 증빙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의원들이 국회에서 받아간 돈이 정작 어디에 쓰였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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