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비례제, 승자독식 강화하는 누더기법으로 전락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9-12-25 12: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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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연동형캡, 한국당 페이퍼정당으로 당리 강화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승자독식 선거 구조를 깨트리겠다는 명목으로 논의를 시작된 선거법개혁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양당의 당리당략 꼼수로 당초 취지가 왜곡된 채 누더기법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25일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흔드는 거대양당의 횡포가 목불인견"이라며 "민주당이 '연동형캡'을 동원해 당초 취지를 묵살하고 누더기 법을 만들더니 이번에는 한국당이 페이퍼정당을 만들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동형비례제는 앞서 군소정당들과 함께 4+1 협의체제로 패스트트랙 법안을 협상해오던 민주당이 석패율제 도입에 반대하면서 갈등을 빚다가 군소정당이 이를 포기하고 민주당이 주장했던 '연동형캡 30%'을 수용하면서 전격 합의 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당이 '비례정당' 창당 카드를 들이밀고 나선 것이다. 


실제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합의한 선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곧바로 비례한국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비례한국당 창당은) 우리 당 지지자가 정당투표를 할 때 비례대표 공천용 정당에 투표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분들이 당선되면 한국당과 합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비례한국당이란 당명은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돼 있어 당사자와의 협의가 필요한 만큼 당사자와 접촉해 본 뒤 당명으로 쓸 수 없을 경우 다른 당명을 쓰겠다고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한국당 지지자들이 지역구에서 한국당 후보들을 찍고, 정당 투표비례한국당에 하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며 “당내에선 지역구 후보 당선과 별개로 지지층의 표를 ‘비례한국당’에 몰아준 후, 총선이 끝나고 합당하는 방식이 최적의 전략이라는 게 중론”이라고 전했다.


연동형비례제 도입을 반대해 온 한국당은 이 제도가 내년 총선에 적용될 경우를 대비해, 그동안 많은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비례당 창당을 준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위성정당이 실제로 한국당과 연계된 정당인지 여부를 지지층이 정확히 알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이에 따라 한국당은 지지층에게 위성정당을 알리기 위한 방안으로 ‘당명’과 ‘현역의원 보내기’ 등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현재 중앙선관위에 강성보수 단체 출신 최모씨가 ‘비례한국당 창당준비위원회'를 등록, 한국당은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당 관계자들은 지지층이 인식하기 쉬운 당명 후보군을 7~8개 정도 마련해 이미 황교안 대표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명 연계와 함께 현역의원을 위성정당에 투입해 홍보에 나설 계획도 구상 중이다. 


투표용지의 비례대표 정당 순번이 각 당의 현역의원 수에 따라 정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30여명 이상이 ‘비례한국당’으로 이동하면 기호 3번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나아가 한국당 내 현역의원들이 ‘비례한국당’으로 이동해 활동하면 자연스럽게 지지층들에게 홍보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민주당이 4+1 협의체를 통해 비례한국당 출현을 막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여당도 비례민주당 창당설에 휩싸였으나 실제로 꼭두각시 정당을 만들기는 어려워보인다.


앞서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 의장은 “비례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민주당의 내부 보고를 입수했다. 민주당도 비례당을 만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일부 지지자가 SNS 등을 통해 비례민주당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민주당이 앞장서서 선거제 개혁을 주도한 마당에 한국당과 같은 꼼수를 부리기는 어렵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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