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에 대해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마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불가능하다'라며 논의 자체를 못하게 쐐기를 박았다.
하지만 학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취지의 의견이 나왔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28일 긴급성명을 통해 "헌법불합치로 인한 국민투표 불가 주장은 타당하지도 않고, 선관위가 나설 일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선관위는 헌법 제114조에 따라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를 하는 기관에 불과하다"라며 "선관위가 미리 나서서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절차적, 실체적 흠결을 최종적으로 따지는 사법부의 권한을 가로채는 월권행위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신평 변호사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수완박은) 사회적, 경제적 약자의 지위를 더욱 어렵게 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라며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국가의 근본 헌법 질서를 문란케 했다는 점에서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을 대통령이 국민투표에 부의 한다고 하여 그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는 위법행위는 아니라는 판단을 쉽게 얻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근대 이래 민주주의 헌법의 핵심은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력의 남용을 막고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장하는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국회의 입법독재 혹은 입법쿠데타라고도 부를 수 있는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의 국민투표부의권은 그런 장치의 하나로서 중대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판사 출신 김태규 변호사도 “검수완박, 국민투표가 안 될 이유가 없다”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 변호사는 “헌법 제72조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 위 헌법 조항 그 자체로 완결적 문장구조를 갖추고 있고, 별도의 보충을 요구하지 않는다. 헌법에서 법률에 의하여 보충이 필요할 경우에는 ‘법률로 정한다’라는 표현이 별도로 표시된다”라며 “헌법 규정 자체로 충분히 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국민투표법의 일부 조항이 기술상 문제로 헌법불합치결정이 난 것을 이유로 헌법상의 국민투표제가 무력화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에 대해 “법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고,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술적인 문제점을 법으로 수정하지 못했으면 그 취지를 쫓아 행정조치로 수정하면 된다. 재외국민에게 참여할 기회를 허락하면 헌재의 위헌결정에도 충실한 법의 운용이 된다. 법률을 엉뚱하게 만들어 놓고 나서, 그 법률을 근거로 헌법조항을 무력화해도 된다는 그런 엉터리 논리를 선관위에서 제시한다는 자체가 도대체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대다수 국민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국민투표법 14조1항이 '재외국민 투표권을 침해한다'라는 이유로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국회는 신속하게 이를 개정하는 작업을 했어야 옳았다. 하지만 국회 172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도 이를 외면했다.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이 입법기관의 잘못된 법률 때문에 행사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법률이 헌법보다 우위에 있는 것인가.
기술상의 문제인 재외국민 투표 때문이라면, 그 문제는 지금이라도 바로 잡을 수 있다.
172석 민주당이 의지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가능한 일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 법안이 ‘셀프 방탄법’이 아니라 진정 국민을 위한 법안이라면 국민에게 의견을 묻는 걸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걸 반대하고 국민투표를 못 하게 훼방 놓는다면 국민은 민주당의 저의를 의심하게 될 것이고 6.1 지방선거에서도 악영향을 미칠 것 아니겠는가.
따라서 민주당은 4월 내 법안 처리 후 다음 달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을 의결하는 것을 목표로 ‘꼼수 탈당’ 등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적법하게 국민투표를 논의하는 자리를 만드는 게 어떨까?
그 과정을 통해 국민공청회 등을 개최하지 않은 절차적 하자도 치유될 수 있지 않겠는가.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