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사망 직전 유령회사에 '주식 매도'... 상속세 회피여부 심리해야"

이대우 기자 / nice@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6-02-01 13:22:37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원심 파기... 국세청 손 들어줘

[시민일보 = 이대우 기자] 1000억원대 상속세 부과를 둘러싼 자산가 유족과 세무 당국의 소송에서 대법원이 유족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유족 측이 세무서를 상대로 낸 상속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사망 전 체결된 주식 매매 계약의 조세 회피 가능성에 대한 심리가 미흡했다는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대법원에서의 쟁점은 A씨 사망 약 한 달 전 이뤄진 J사 주식 매각 행위가 가장매매인지였다.

이와 관련 원심은 매매계약이 위조되지 않은 점, 계약 당시 A씨의 인지 능력에 별다른 문제가 없고 직접 병원 결제 서류에 서명하기도 한 점, 유족들이 페이퍼컴퍼니를 실질적으로 지배한 소유주라고 볼 증거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J사 주식 매도 행위를 가장매매로 인정하지 않고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실질과세 원칙에 대한 원심의 판단이 미흡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가 단지 주식 매매계약과 관련해 사법상 효력 유무를 다투는 취지로만 받아들였다”며 “사법상 효력이 유지된다고 했을 때 다음 수순으로 주식 매매계약이 조세회피에 해당한다는 취지인지, 이에 따라 실질과세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인지 아무런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법상 효력이 없는 가장행위뿐 아니라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 외관·형식으로 보인다면 실질과세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도 근거로 들었다.

또 대법원은 A씨가 입원 상태에서도 주식매매를 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조세회피 목적 외 합리적인 이유·동기가 존재했는지, J사 주식 가액이 1주당 1달러로 다소 이례적으로 산출된 경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추가 심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는 실질과세 원칙 및 석명권 행사, 조세 소송의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세청은 세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인의 주식 매각 행위를 조세 회피 목적의 가장 매매로 보고 해당 주식을 상속 자산 가액에 포함했다.

국세청이 제시한 근거에 따르면 주식을 매수한 회사는 유족들이 조세 회피처인 아프리카 세이셸공화국에 급조한 페이퍼컴퍼니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매각 당시 고인인 A씨는 병원에서 심정지 증상을 보이는 등 실질적인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도 가장 매매로 판단한 주요 이유로 꼽혔다.

앞서 유족들은 A씨 사망 이후 2016년 상속세 과세표준으로 2057억7000만원을 신고했으며 산출된 상속세는 1024억3000만원이었다. 당시 신고된 상속 재산 가액에는 A씨가 사망 직전 말레이시아 에너지 회사인 J사 주식을 매각하고 받은 대금 3648만3000엔과 보유 중이던 L사 주식 1291억8000만원 등이 포함됐다.

국세청은 당초 L사 주식 평가액을 감액해야 한다고 보았으나 감사원의 지적을 반영해 해당 주식 평가액은 930억9000만원으로 재평가됐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유족들의 상속세 과세표준을 2094억8000만원으로 최종 경정했고, 이에 유족들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신고 당시보다 70억여원 늘어난 1094억3000만원으로 확정됐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