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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물귀신 작전’이 일단 당내에선 성공을 거두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는 ‘이재명=민주당’, ‘민주당=이재명’이라는 인식을 당 구성원들에게 심어주었고, ‘이재명과 민주당은 한 몸’이라는 등식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개인적인 비리 의혹으로 검경의 수사를 받는 것조차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못 하게 막는 건 그런 연유다.
민주당의 이런 모습은 마치 사이비 교주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맹신자들을 연상케 한다.
이재명 대표에게는 ‘경기도망지사’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었다.
6.1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 대표가 경기 분당갑이 아닌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애초 이 대표는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 지역 출마가 거론됐다. 그러나 성남 분당갑은 대장동이 포함돼 있어 정치적 부담이 크고, 특히 분당은 지난 대선에서도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13%p나 뒤진 열세 지역으로 꼽힌다. 반면 인천 계양을은 이 대표와는 아무 연고도 없고 출마 명분도 찾을 수 없는 지역이지만 송영길 전 의원의 지역구로 민주당 세가 강한 지역이어서 손쉬운 당선이 보장된다. 실제로 계양을 지역구는 2004년 17대 총선 때 계양갑에서 분리된 뒤 민주당이 단 한 번도 승리를 뺏기지 않은 텃밭이다.
그래서 당시에 이재명 대표의 계양을 출마는 ‘당선만’을 위한 출마라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쏟아져 나왔다.
특히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대선 패배 직후 방탄조끼 입으려고 경기도에서 도망쳐 민주당이 따뜻한 안방이라고 여기는 곳에 똬리를 튼 이재명"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그때 이재명 측은 “당 지도부가 (인천 계양을) 출마를 요청해서 동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마치 자신은 출마를 원하지 않았는데 지도부의 요청을 차마 뿌리칠 수 없어서 출마를 결심했다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이재명이 직접 전화해 인천 계양을 재보궐 공천을 압박했다'라는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폭로가 나온 것이다.
그러면 왜 이재명 대표는 금방 탄로 날 거짓말을 한 것일까?
‘이재명과 민주당은 한 몸’이라는 인식을 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당원들에게 주입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다 보니 당 구성원들은 ‘이재명을 지키는 게 곧 민주당을 지키는 것’이란 잘못된 인식을 지니게 되었다.
그 적나라한 모습이 전날 오전으로 예정된 검찰 소환통보에 불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이재명 대표가 검찰에 직접 출석하지 말고 서면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했고, 이 대표는 그런 요청을 따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마치 이재명 대표 본인은 출석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데 당의 요청에 따라 출석하지 않는 그럴듯한 모양새를 만든 것이다.
정말 황당한 일이다.
계양을 출마나 검찰 소환 불응은 모두 이 대표 자신의 의지에 따라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도 ‘당이 결정’했고 자신은 그 결정을 따를 뿐이라는 식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건 ‘민주당이 곧 이재명’이고 ‘이재명이 곧 민주당’이라는 등식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그런 점에선 일단 성공을 거두었다. 이른바 ‘개딸들’ 등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지키는 게 곧 민주당을 지키는 것이라며 맹목적 지지를 보내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과 민주당이 진짜로 한 몸이 되어 당이 당 대표 개인의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선거법 수사(허위사실공표 혐의)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당에 비상이 걸렸다. 대선 후보가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벌금 100만원 이상)을 확정받으면, 선거 보전ㆍ반환 비용을 추천 정당이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선거법 조항(265조의2)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이 대표와 민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ㆍ반환받은 비용은 434억원 가량이다. 만약 이 대표가 지난 대선 때 백현동 특혜 의혹 등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가 인정돼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을 경우, 이 돈을 전액 되돌려줘야 한다.
이는 민주당 여의도 당사를 팔아도 못 채우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그야말로 민주당이 몰락하는 중대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재명이 나 혼자 죽을 수 없다면서 당을 붙잡고 늘어진 ‘물귀신 전략’ 탓이다. 하지만 어쩌랴. 국회의원들과 당원들이 그런 전략에 말려 들어간 대가인 것을.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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