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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합의로 세종시에 국회의사당 분원 설치가 결정돼 2024년에 착공에 들어가 2027년에는 완공된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세종종합청사 중앙동에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하지 않는 대신에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온전한 집무실을 계획대로 건립하는 방침이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진행되서는 안된다. 지극히 단편적인 임시 미봉책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입법부와 행정부의 유기적인 협력을 가로막는 현재의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분원이라도 설치해야 한다는 명분과 달리 이렇게 되면 전보다 이전 보다 훨씬 더 불편하고 행정 낭비가 극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장차관을 비롯한 공무원들은 물론이고 대통령과 국회의원들까지 일하는 공간이 2곳으로 늘어나 서울시와 세종시를 오가는 발걸음이 늘어나고, 그로 인한 불편과 비효율성이 일상화 될 것이다.
이왕 현안으로 다룰 거라면 대통령실과 국회를 세종시로 같이 통째로 완전하게 이전하도록 해야 한다. 이미 오랜 진통과 우여곡절 끝에 세종시가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조성되어 중앙부처, 공공기관, 국책 연구기관 등이 옮겨갔다. 그렇지만 중앙부처만 하더라도 국방부·조달청 등 개별 건물로 떨어져 있는 현실은 차지하고라도 서울 세종로청사, 경기 과천청사, 대전 둔산청사, 세종청사 등으로 흩어져 분포하며 국가행정의 비효율성과 낭비가 가히 세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실과 국회가 서울에 위치한 데다 서로 간에도 멀리 떨어져 있어 길에서 일하다가 시간을 다 보낼 판이라는 푸념이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거리가 멀면 마음도 멀어지듯이 이렇게 흩어져 있다 보니 서로 간의 교류조차 힘들어지고 대화조차 부족해져 타협과 협력의 정치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사실 이전 청와대 대통령실과 여의도 국회가 위치한 지리·공간적인 상황은 서울과 세종시의 정부기관 분산 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었다. 이런 까닭에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이전은 일부의 논란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국정운영의 정상화와 효율성 측면에서 너무 잘된 조치였다. 이전까지 대통령실이 위치한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 관저, 비서동, 기자실(춘추관), 영빈관, 민원실 등이 제각각 독자 건물로 배치되어 뚝뚝 따로 떨어져 있었다. 세상 그 어떤 나라도 행정수반의 집무 공간이 이렇게 분산되어 운영되는 나라가 없다. 경복궁 뒤에 웅크린 채 자리 잡고 있어 그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져 국민과의 거리도 멀었다. 집권 세력들이 홀로 뚝 떨어진 채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면서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대통령은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에 안주한 채 국민과 소통하지 않으면서 신뢰와 사랑에서 멀어지며 불행한 말로를 초래하기 십상이었다.
원래 대통령실과 국회는 광화문 일대에 가깝게 위치해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 1975년에 국회를 서울 안에 있다지만 섬이나 다름없던 여의도로 옮겨가면서 행정부와 입법부가 먼 거리로 떨어지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거의 사례가 없는 이상한 국정 공간의 배치가 이루어지고 말았다. 미국, 영국, 일본을 비롯해 최근 행정수도를 건설한 독일, 말레이시아 등에 이르기까지 어느 나라든지 최우선적인 원칙으로 행정수반과 국회의원의 활동 공간을 철저하게 최대한 가깝게 붙여 놓고 있는 현실과 정반대다.
중앙부처들은 장차관을 중심으로 한 고위 공무원들이 세종시에서 일하기 보다, 국회 업무를 핑계 삼아 서울에 거의 대부분 머물면서 자기 집을 서울 또는 수도권에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지금의 세종시는 반쪽, 아니 반의 반쪽에도 못 미치는 행정도시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러한 근원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대통령실과 국회를 세종시로 통째로 완전히 이전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 옮겨갈 때는 서로 바로 붙여 배치해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수시로 마주치거나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도 서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해야 대통령이 아무리 싫더라도 늘 의원들과 마주 보고 부대끼게 마련이다. 의원들이 정부 인사를 만나려면 곧바로 걸어가거나 자전거로 달려가 만날 수 있게 된다. 서로 자주 만나서 대화하고 친숙해짐으로써 자연스럽게 대화와 협력의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특히 대통령의 사고와 행동에서부터 나홀로 결정하는 독재 정치를 막을 수 있는 전형적인 공간 배치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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