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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사석에서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대통령실과 당이 함께 시너지를 내는 '당정 융합'이 필요하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융합 방안으로 윤 대통령이 '명예 당 대표'를 맡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 당헌에는 대통령은 '명예직'을 겸임할 수 있고, 당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적극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당헌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다.
사실 ‘당정 융합’은 공론화가 시급한 논제로 언젠가는 반드시 공론의 장에서 논의가 진행돼야만 하는 중대한 문제였다.
그런데도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한 것은 ‘당정 분리=민주’라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한 탓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사석 발언이 알려지면서 이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과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라며 지식인 사회가 여론의 눈치만 살피는 시점에 윤 대통령이 이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 올린 셈이다.
여기에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도 지난 13일 "당정 관계는 융화돼야 한다. 여당의 정당 개혁 중 필요한 것이 당정 융합"이라면서 이에 가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출입 기자였던 조 의원은 "2001년 10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세 아들과 관련한 이른바 '쓰리홍 게이트'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여당 총재직을 내려놓은 후 우리 정치사에서 여당은 정치 암흑기였다"라고 술회했다.
사실이다. 김대중뿐만 아니라 당을 완전히 장악했던 문재인을 제외한 모든 전직 대통령이 당과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특히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과 함께 당정 분리를 선언했지만, 되레 여당이 여당답지 못하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결국 열린우리당은 창당 2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당정 분리 선언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정권 말기인 2007년 6월 “당정 분리, 저도 받아들였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앞으로는 재검토해봐야 한다”라며 “대통령 따로, 당 따로, 당이 대통령 흔들어 놓고 대통령 `박살' 내놓고, 당이 심판받으러 가는데, 어떻게 심판하나. 책임 없는 정치가 돼 버린다. 당정 분리는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라고 고백한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참여정부 때 (했던) 당정 분리는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았다"라며 당정 일치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낸 만큼, 이제는 전문가들이 나서서 ‘당정 융합’ 혹은 ‘당정 일치’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단 필자는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당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차원에서라도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는 정책 방향이 같아야 하고, 개혁 방향도 같아야 한다. 집권당 대표가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건 일종의 책임 회피로 국민에게 혼란만 안겨 줄 뿐이다.
그런 차원에서 야당 대표는 선거로 뽑더라도 여당 대표만큼은 대통령이 지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대통령과 당이 분리되어 따로따로 돌아간다면 제대로 국정 운영을 할 수가 없다.
물론 과거의 권위주의적 시대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회창 당시 총재 시절만 해도 굉장히 권위주의적이었고, 그래서 ‘당 대표’라는 호칭 대신 ‘총재’라는 호칭을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 수준은 상당히 높다. 여야를 막론하고 당비를 내면서 당원 가입을 하는 국민의 수가 증가추세다. 당원 수준도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국민과 당원을 믿고 “집권당은 ‘당정 일체’가 돼야 한다”라는 전제 아래 구체적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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