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략공관위원장에 '안규백'...당 화합 강조했지만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12-10 14: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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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계 이원욱 "꼼수 탕평책...정세균계 아닌 친명인사 임명"
병립형 비례제 힘싣는 지도부, 야권발 정계개편 불씨 될 수도"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심상치않은 행보에 민주당 분당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전략공천위원장에 '정세균계' 안규백 의원을 임명하는 등 화합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오히려 분당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선출방식 변경 결과가 민주당 분당의 뇌관이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10일 “이재명 대표가 정세균 전 총리 측근인사인 안규백 의원을 전략공관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당의 화합을 위한 탕평인사”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안 의원은 이미 원칙과 상식, 김대중과 노무현의 길을 걸어온 정세균 전 총리님의 길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며 "탕평책의 하나로 내놓은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 임명은 탕평이 아닌 정세균계에서 이재명계로 전환한 친명인사의 임명"이라고 비판했다.


비명계 구심점으로 떠오른 이낙연 전 대표는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해 대안이 꼭 필요하다는 마음을 굳게 갖고 있다"며 신당 창당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서울 강서구에서 열린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의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출판기념회 축사에서 "불행하게도 작년 대선부터 시험문제가 '윤석열, 이재명 중 하나를 고르세요'였는데 지금도 그 시험문제가 그대로 있다"라라면서 "이대로 내년 총선에 가면 3년째 시험문제가 똑같이 나와 국민이 '답이 없다'고 할 것이지만 억지로 고르라고 할 것이다. 제3의 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여야 모두 싫고 시험문제에 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정답 없는 시험지에 또 다른 답 하나를 올려놓는 것을 함께 할 단계가 됐다"고 강조했다.


행사 후 이 전 대표는 기자들이 '신당 창당에 마음을 굳혔는지' 묻자 "어느 경우에도 대비해야 하며 대비는 일찍 시작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리 날짜를 정해놓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분명한 건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정치적 대안이 불가피하다고 확신하게 됐고 그것을 위한 준비는 막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일 MBC 인터뷰에서도 측근들에게 창당을 실무 검토하라고 지시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시간상으로 도움닫기가 필요한 단계"라고 답하는 등 연일 창당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 전 대표와 연대설이 제기되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현 민주당에 대해 "여태까지 정치를 해오시면서 가장 민주주의가 실종된 정당의 모습을 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선출방식을 바꾸는 선거제 개편 논의가 민주당 계파 갈등의 또 다른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영향력을 강화하고 총선 경선에서 저성과 현역의원에 대한 페널티를 강화한 당헌 개정을 둘러싸고 고조된 비명계 불만이 지도부의 선거제 개편 반발로 옮아가고 있어서다.


현재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병립형 회귀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굳혀지는 양상이다.


이재명 대표가 대선 후보 당시 내놓은 '위성정당 출현 방지를 위한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공약을 파기할 수밖에 없지만, 총선 승리라는 실리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게 당 주류의 생각이다.


공약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명분론에 집착하다 총선 패배로 원내 1당 지위를 잃어 의회 권력까지 내어주면 정권교체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현실론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8일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 5일 "모든 약속을 다 지켜야 되느냐"라고 가세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혀진다.


하지만 비명계 반발이 거세다.


보수 여당과의 차별성을 내세울 수 없을 뿐 아니라 중도층 민심까지 떠나기 때문에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비주류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인 이원욱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와 홍 원내대표의 선거제 관련 발언과 함께 "'선거제'도 말 바꾸는 민주당, 정치인의 '말'은 '법'보다 무서운 것입니다" 자막의 영상을 올리며 지도부를 공격했다.


이대로 계파 갈등이 심화되면 비주류의 원심력 강도가 커지면 총선 직전 야권발 정계 개편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당 관계자는 “그간 '이재명 지도 체제'에서 당내 주류 뿐 아니라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거칠게 공격받아온 '원칙과 상식'이 연내 탈당을 포함한 거취 결단을 예고한 데다 이낙연 전 대표도 연일 신당 창당설을 흘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병립형 회귀에 대해선 비명계 뿐 아니라 김두관·이학영 의원 등 친명계 일부에서도 반대하고 있어 '반이재명' 전선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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