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권 무관한 계약 분쟁, 사기죄 아냐"

문민호 기자 / mmh@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6-06-24 16: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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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法, '벌금형 원심' 파기환송
"국가 형벌권 개입 신중해야"

[시민일보 = 문민호 기자] 약속을 지키지 않았더라도 그 내용이 계약의 본질적인 부분이 아니라면 사기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부산 중구에서 노래자랑 행사를 주최하는 한 사단법인 이사장 A씨는 2023년 8월 B씨로부터 행사 기부금 명목으로 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행사는 C광장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음에도 A씨는 당시 B씨에게 “D공원에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니 기부금을 내고 대회장을 맡아달라”는 취지로 거짓말해 기부금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검찰은 A씨가 행사 장소를 속여 기부금을 받아냈다며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B씨 역시 D공원 개최를 전제로 기부금을 냈다고 진술했다.

1심과 2심은 B씨 진술 등을 근거로 A씨가 행사 장소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말해 기부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사기죄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사기죄의 보호법익은 재산권이라며, 재산권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기대이익 침해나 단순한 계약 위반만으로는 기망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된 계약 내용이 계약 목적 달성을 좌우할 정도로 본질적인 요소인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행사 장소가 C광장이냐 D공원이냐의 차이는 기부 결정의 본질적 요소로 보기 어렵고, A씨의 행위가 재산상 처분행위를 유도할 정도의 기망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계약의 비본질적 부분을 둘러싼 분쟁은 민사적 절차로 해결할 수 있다”며 “형사처벌은 최후수단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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