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를 뽑는 아이들에게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5-05 20: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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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를 뽑는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쉬운 일인지도 모른단다. 나 여기 있소하고 싹을 내민 잡초들을 하나하나 뽑아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역시 너희들도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쉽게 밭에 달려들어 하나하나 뽑아가며 깔끔하게 정리되는 밭이 작은 성취감마저 안겨 주었을 테니까. 그러나 평소 그런 일들을 해보지 않았던 까닭에 힘들어 한다는 걸 안다. 더구나 질긴 잡초를 뽑는 것은 어른들도 제대로 하자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잡초들이란 하나도 남김없이 뽑아야 한단다. 간혹 빼먹어도 될 성싶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것이나 낙옆에 묻힌 것들을 남겨두게 되면 이들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서 너희가 잡초를 뽑았다는 사실을 무색하게 만들 것이다. 방심하면서 몇 개 남겨둔 작은 것들이 종래는 네 수고와 정성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게 한단다.

다음으로는 하나의 잡초라도 제대로 뽑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대개 잡초라 하는 것들은 누가 뿌리지 않아도 바람결에 실려와 제가 살고 싶은 아무 곳에나 쉽게 뿌리를 내린다. 마치 너에게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도 사회정의를 멀리하고 불의와 타협하는 것처럼 잡초는 애써 심지 않아도 잘 자라고 돌봐 주지 않아도 무성한 숲을 이룬다. 눈에 보이는 대로 대충 뽑다보면 윗부분이 쉽게 잘려 뿌리는 그대로 땅속에 남게 된다. 그리고 그 뿌리는 다시 싹을 틔워 예전보다도 더 단단한 뿌리로 들판을 점령하고 만다. 우선 눈에 보이는 결점만 고치고 마음까지 뜯어 고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현상 같기도 하단다.

그리고 아예 어린 싹이었을 때 뽑아내야 한다. 어느 정도 성장한 잡초들은 이미 땅 속 깊숙이 뿌리를 내려 뽑는데 상당한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더구나 이런 잡초들은 미처 성장하기도 전에 꽃을 피우고 사방에 자기 씨를 퍼뜨려 정작 너희들이 가꾸고자 하는 꽃나무를 삼켜버리고 만다. 그러나 어린 잡초라 하여 방심하게 되면 그들은 어느새 단단한 뿌리를 내리게 된다. 습관도 이와 같아서 오래되어 굳어진 습관은 하루 아침에 고치기 어렵지만 잘못을 깨닫는 순간 고쳐나가게 되면 이 습관은 너희들에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다음으로 무엇보다 귀 기울여야 할 것은 이렇게 잡초를 뽑은 다음 반드시 다시 밭을 둘러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다 끝났다는 생각으로 안이하게 지내다 보면 뽑을 때 남겨진 잘린 뿌리 하나가 또 하나의 잡초가 되어 자라나기도 하고 이미 뿌려졌던 씨앗들이 싹을 틔우기도 한단다. 그래서 너희들 마음을 항상 정갈하게 하려면 한번의 잡초 뽑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다시 살펴보아야 처음 잡초를 뽑던 마음 그대로를 유지할 수가 있단다.
남들이 보기에는 하찮아 보이고 쉬워 보이는 작업이지만 제대로 하는 것은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일이란다. 그러나 지금까지 너희들은 그저 누가 시켜 마지못해 잡초를 뽑는 시늉이나 하면서 살아오진 않았는지. 내일 모레 하면서 미루고만 살아오진 않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러면서 너희들이 하나 둘 다듬어가고 있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꽃나무 하나 싱싱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가꾸어 나가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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