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균형자론포기하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5-25 21:23:24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박진 국회의원 {ILINK:1} 대한민국의 외교·안보가 전례 없이 심각한 기로에 놓여있다. 최근에 국방위에서 안보정세 시찰에 다녀왔다. 미국과 일본을 포함해 태평양 사령부를 방문하고 여·야 의원 5명이 초당적인 대표단을 구성했다.
오늘 아침 일부 언론에 보도되었지만 이 토의과정에서 전례 없이 솔직하고 심도 있는 대화를 했다. 결론은 정부의 뼈를 깎는 각성과 현실적인 판단과 대책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의 ‘균형자론’이 한미동맹의 신뢰기반을 대단히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일본과의 국제공조도 어렵게 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지금 당면 과제인 북핵 사태에 있어 한국을 고립시키고 소외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 일본 즉 동맹국가, 우방국가와의 정보공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정보를 제대로 입수하고 확보하지 못한다면 현실적인 대책이 나올 수 없다. 우리 정부가 북핵 위기에 대해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지만 위기에 대한 대책도 원칙도 없고 전략 없는 상태에서 계속 표류하고 있다.

한반도의 외교 안보가 총체적 위기상황에 놓여있는 만큼 한나라당이 중심을 잡고 실용주의적인 외교를 추구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도쿄 현지에서 야치 소타로 일본 외무성 차관이 자청해서 우리 여·야 의원 5명을 초청한 조찬자리에서 이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내가 물어 봤다.

한·일간의 정보공유와 협력은 제대로 되고 있는가? 여기에 대해서 야치 사무차관의 대답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질문하니까, 미국이 한국에 대해 충분한 신뢰감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일본도 한국과 정보협력 공유에 있어서 신중한 자세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충격적인 이야기이다. 한국이 어쩌다가 남의 나라가 우리 나라의 외교문제, 안보문제까지 걱정해야 하는 그러한 상황에 이르렀는지 정말 우리 정부의 뼈를 깎는 자성과 반성이 요구된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에 있어서도 한국과의 공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과 일본은 오른쪽에 있고, 중국과 북한은 왼쪽에 있는데, 한국이 중간에서 왼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대단히 우려스럽다. 일본 외무성 수뇌부의 발언이다. 일본의 외무성은 우리 국회의원들의 카운터파트가 아니다. 자청을 해서 우리 여·야 의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은 작심하고 우리 정부에 보내는 메시지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언론에 보도는 안 됐지만 방위청 수뇌부로부터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첫째, 북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엄격한 자세가 요망된다. 한국 여당 의원들이 북핵 개발이 이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둘째, 한미관계와 관련해 주한미군이 1만2500명 감축될 예정이고 미군이 한반도 동북아 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에 한미관계는 문제가 있고 불신이 생긴 것 같다. 한미관계가 잘 유지되길 바란다는 것이 일본의 외무성과 방위청 수뇌부의 생각이다.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직설 화법으로 우리에게 전달했다.
미국의 입장은 한국이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서 자주외교를 추구하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실리적인 자주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구조를 탈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력은 동맹에 따라서 유지되는 것이고 특정한 정부를 초월하는 것이다. 강력한 동맹은 국가 주권을 손상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국가 주권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한미동맹이 유지되어야만 주변 강국의 영향력 경쟁을 막을 수 있다. 남북통일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한 일이 발생했을 때 과연 한국에 대해서 안보공약을 지킬 수 있는 나라가 누구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노무현 정부의 균형자론은 우리에게 자해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능력이 있고 또 원칙이 있고 전략이 있을 때 그러한 균형자론이 먹히는 것이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국제적인 고립과 소외만을 불러올 것이다. 그리고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고위당국자 이야기는 이것은 균형자(balancer)가 아니라 온도계(barometer)라고 했다. 온도계가 무슨 의미인가 물어보니 한국의 입장변화에 따라서 북핵 해결의 온도 차이가 느껴질 수 있다. 중국도 한국정부의 입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이 북한에 대해서 정면으로 핵개발 포기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한 중국도 한국보다 앞서나갈 수는 없는 입장이라는 것을 미국 정부 당국에 알려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얘기는 다시 말하면 북핵문제 해결의 열쇠는 한국이 쥐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서 한·미·일 공조가 이루어질 수 있고, 중국이 설득될 수 있고,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적극적인 외교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점을 우리 한나라당이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설명하고 여당으로 하여금 지금 대단히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외교 안보 정책을 시정할 수 있도록 대정부 질문을 통해 집중 추궁하도록 하겠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