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공조가 부국강병 흔든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9-27 20:34:52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박태우 {ILINK:1} 현(現) 정권의 안이하고 ‘우물 안의 개구리 식(a frog in a well)’ 국제정세 인식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외교역량을 나날이 축소시키고 있다. 최근에 그러한 사례의 하나가 또 생겼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2일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 자리서 “올 해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APEC에 북측 최고당국자가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는 문제를 미국 등 회원국들과 사전 협의 할 것이며 김영남 위원장에 이미 초청 의사를 밝혔다”고 한 기억이 새롭다.

불과 몇 일이 흐르기도 전에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미국, 일본을 포함한 주요 회원국들이 이 문제에 대해 대단히 신중한 입장이고 성사가 어려울 전망”이라고 정부의 입장을 번복하는 구태를 보이고 있다.

우리 외교부의 직무유기로 타 부처 비(非)외교전문가들의 정치적 목적에 기인한 지나친 대북접근을 저지하지 못하고 끌려 다니고 있는 또 다른 한 단면인 것이다.

북 핵(核) 해법이 미국과 일본을 위시한 전통적인 우방들과 국제사회의 규범을 분명히 명시하고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정부의 단호하고 분명한 입장천명 및 협상자세의 정립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현 정부는 최근에는 중재자 운운하는 낭만적인 외교전술로 북 핵의 발생 책임이 마치 미국과 북한에 동시 있는 것처럼 애매모호한 자세를 잡고 현재 북한의 생트집잡기 식 입장을 인정하는 듯한 비현실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필자가 수 십여 차례 기회가 있을 때 마다 글을 통하여 강조하고 우려한 바 대로, 현 정권은 차기 정권창출의 문제까지도 민족문제에 올인 하면서 북한지도부의 협조를 전제로 한 국내정치 새 판 짜기를 끊임 없이 시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24일자 북한의 노동신문 사설을 보면 얼마나 북한의 대남(對南)선전선동전술이 깊숙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실감할 수가 있다.
‘반통일 전쟁책동을 일삼는 민족반역세력’제하의 논설은 “미국의 전쟁 머슴꾼인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북 남 대결의 역사가 되풀이 되고 종국에는 민족의 머리 위에 핵 전쟁의 재난이 들 씌워지게 될 것”이라는 노골적인 국내정치 개입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한 언론인이 지적하였듯이, 현 정권은 경제·안보측면에서의 예측 가능한 국익상실에도 불구하고 한·미 안보 관계의 중요도를 민족공조 다음으로 격하(格下)시키고, 친북세력들에게 최대한 활동공간을 보장하고 헌법의 정신을 부정하는 불법 선전선동에도 애써서 방관하는 태도를 유지함으로써 국가의 안보토대마저도 균열시킬 수 있는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민족공조의 울타리로 상징되는 새 한 마리 사냥하려다 대한민국 경제적 번영의 토대요, 안보의 근간인 우방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공조 및 협력체제로 대변되는 초가삼간 다 태우는 크나큰 역사적 실책(失策)을 방관하고 있는 현 정부의 반(反)민주적이고, 반(反)역사적인 반미친북활동을 향한 적극적인 저지행위의 부재를 강력하게 역사의 이름으로 규탄하지 않을 수가 없는 지경이 되고 있다.

주체적 민족세력으로 포장하고 남한 내에서 줄기차게 정부의 방관 하에 반미(反美)를 구호로 전개된 외세배격운동은 이제 가랑비에 옷이 젖어들 듯이 우리사회의 구성원들의 의식구조를 국익(國益)과 상치되는 방향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김정일 정권의 대남선전선동은 한국내의 감상적 민족주의 세력들에게 잘 투영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한국내의 좌파(左派)가 확산되고 뿌리를 내리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은 한국을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주요 협력 파트너 목록에서 제외하려는 반(反)작용으로 귀결되고 있다.

일정시간이 흐른 후에 논의가 될 ‘정전협정체제’의 휴전협정체제’로의 전환 협상에서 미국의 변화되고 있는 대(對) 한반도 정세인식을 드러낼 것이며, 현실적인 외교적 실용주의를 무시하고 지나치게 성급하게 민족공조의 울타리를 북한과 공동으로 쌓아온 우리나라는, 미국의 변화된 한반도 정책으로 인하여 지난 60년 동안 무임승차하면서 누려온 안보우산 및 경제번영 우산의 그늘에서 제외되어 엄청난 안보·경제적 대가를 지불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현실적인 국제정치 손익계산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될 것이다.

반면에 김정일 정권의 본질에 대한 변혁이 수반되지 않는 남북공조의 어두운 그림자는 고스란히 우리정부의 머리를 짓누를 것이고 결과적으로 외교적 역량이 전제되지 않는 성급하고 낭만적인 남북통합노력은 더 큰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으로, 안보적 혼란으로 연결될 것이다.

국민들이 깨어나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경제번영의 토대를 북한의 독재정권의 전술에 말려서 잃게 될 것이고, 우방과의 협조로 가능했던 안보의 소중한 토대마저 한미동맹의 와해과정을 거쳐서 잃게 될 것이다.

진정한 통일의 조건과 역사적 의미를 다시 새기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지금처럼 특정정파가 집권을 연장키 위한 국내정치의 판 갈이 까지도 반역사적 세력인 김정일 독재정권세력과의 보이지 않는 협조를 전제로 한 반민족적 게임을 계속 전개한다는 것은 선량한 대다수의 국민을 상대로 한 역사적 기만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