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평화체제와 경제공동체 건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1-31 20:3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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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춘(열린우리당 의원) {ILINK:1}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는다. 미리 준비하고 기반을 구축하고 형편도 어느 정도 엇비슷하게 수렴될 때 통일의 테이프를 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통일 방식이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과 6.15공동선언으로 시작된 남북교류와 협력의 역사는 이제 불과 5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전과 비교하면 상상도 못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북핵문제, 탈북자문제 등으로 진통과 일시적 단절이 없는 것은 아니나 남과 북 모두 과거와 달리 인내심을 가지고 장애물들을 제거하고 협력의 성과를 도출해내는 데 적극적이다. 이러한 사태의 전개는 우선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악화된 데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향후 난관을 타개하는 실마리도 정경분리의 원칙 아래 경제문제에 집중하는 데서 찾아져야 한다. 남한의 입장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사고해보면 북쪽과의 경제협력 증대는 한국경제의 여러 활로 중 하나의 훌륭한 선택이기도 하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주민들을 헐벗고 굶주리게 하는 세월이 지속되면 체제유지의 정통성과 억제력은 결정적으로 상실될 수밖에 없다.
남한의 북한에 대한 식량과 비료지원, 생필품 지원들은 임시변통의 효과밖에 없다. 궁극적으로는 북한 스스로 식량과 공산품들을 생산하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남북한 경제를 일국경제화해서 북한은 제조업기지로, 남쪽은 첨단산업과 농업기지로 역할 분담하는 구상도 가능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자본과 에너지, 생산 인프라가 전무하다시피한 북한의 자력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구상일 뿐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남북경제협력은 결국 경제공동체 건설이라는 장기 전략의 목표 하에 진행되어야 한다.
이런 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선행되어야 할까? 정치군사적 차원에서는 지금의 대결적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이런저런 어려움 속에 단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6자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 결과물로서 이미 회담의 안팎에서 논의된 바 있는 북-미 수교와 남북평화체제 구축이 일괄 타결되어야 한다. 핵문제와 미국이 새롭게 제기하고 있는 위폐제조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의 대북, 대미외교의 총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을 여기에 전력투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위와 같은 정치군사적 환경이 해결되거나 혹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되어가는 전제 위에서 남북경제공동체 구상이 본격적으로 제안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정치군사적 장벽만 제거되고 북한이 중국 정도의 개방성과 거래 규칙을 남한 정부와 기업에 국한하여 적용하고 보장한다면 경제공동체의 건설은 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그러나 경제공동체의 건설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 먼저 많은 선행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양질의 전기와 용수도 공급해야 하고 도로, 철도망도 개선해야 한다. 남한 경제발전의 시발이 수출공단과 경부고속도로의 건설이었듯이 전략적 선택과 집중에 의해 필요한 기반시설들부터 만들어가야 한다. 이러한 투자는 미래의 통일비용을 미리 감소시키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효과도 있다.
이렇게만 하더라도 엄청난 자금이 들어갈 것이다. 이러한 자금수요를 지금처럼 정부예산으로 충당하자면 우리 국민들의 부담은 매우 커질 것이다. 정부예산으로 해야 할 일은 정부가 해야 하겠지만 앞서 말한 선행조건들이 확보되고 일정한 수익률이 보장된다면 민간자본이 대거 투입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경제에는 그만한 유동성 자금이 충분히 있다. 문제는 우리 국민들의 신뢰와 동의인데, 이는 말로만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6자회담의 성공적 타결이 중요하고 남북평화체제 구축 노력이 가시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 역시 중국처럼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한 채 경제발전을 이루고 싶어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대외 개방과 자본주의 경제체제 도입에 따른 자유화의 바람 앞에 정치체제를 유지할 자신이 없는 것이다. 이 문제를 실질적으로 보장해 줄 유일한 주체는 남한이다. 미국변수 역시 남한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하지만 남한의 이런 역할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힘에 대해 북한이 신뢰할 수 있는가가 마지막 관건이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당국간 회담을 통해, 그리고 무엇보다 남북정상회담의 재개를 통해 남북의 공동번영이 상생과 통일의 유일무이한 경로임을 서로 확인하고 이를 위한 당면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서 남북평화체제와 경제공동체의 건설을 합의하길 바란다. 이야말로 노무현 대통령이 시급히 방북을 추진해야 할 이유이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정치적 안정을 위한 시의성만 갖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경제협력이 북한의 경제적 안정화를 기하고 궁극적으로는 한민족경제공동체를 지향하도록 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두 사람은 체면치레와 형식을 떠나 당장 만나야 하고 더 나아가 중요한 관계국 정상들이 1년에도 수차례 회동하는 것처럼 빈번히 만나 한반도의 정치, 경제문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한반도의 모든 문제들이 거기서 다 해결될 수는 없지만 거기서부터 풀어져야 하는 것만큼은 명백하다. 새해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이 6자회담의 교착상태를 깨고 민족의 백년대계를 제시하는 큰 뉴스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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