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학연, 지연, 혈연, 금연)에서 정책으로’란 슬로건에서 보듯 매니페스토 운동의 방향성은 연고에 의한 후진적 선거형태에서 정책중심의 선거문화로 가자는 제안이다.
이를 이미지에 강점이 있는 특정 후보와 대척점에 있는 듯, 정치신인들에게 극히 불리한 운동이듯 기사화 한 부분에 대해선 심히 유감이다.
매니페스토, 사실 스스로도 성공가능성에 의심이 있었다.
허나, 단기간에 이정도 반향이라면 이미 한국사회에선 매니페스토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선배가 들려준 ‘하기스’와 ‘유한킴벌리’의 일회용 기저귀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유한킴벌리가 일회용 기저귀를 만들어 실패한 꼭 다음 해, 하기스는 빅 히트를 쳤던 경우다. ‘적기도입’이란 말을 하고 싶다.
'531스마트매니페스토 정책선거추진본부’사무처장으로 일하는 과정에서도 ‘운 좋았음’과 ‘적기였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중이다.
네거티브 운동으로 일관했던 시민사회의 대안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발견한 ‘매니페스토 운동’에는 이처럼 많은 부분의 ‘우연’이 존재한다.
‘그래 시민사회 너희들의 이야기가 전부 맞는데 그렇다면 대안이 뭔데?’라 물어오던, ‘너희가 신의 영역이냐? 유권자의 선택권을 왜 강탈해 가는데?’라 묻던 유권자들에게 답하기가 녹록지 않았다.
많은 고민을 했지만 답을 쉽게 도출하지 못했다. 이런 고민 끝에 정말 우연히 발견한 기재가 ‘매니페스토’다.
때문에 이 운동에 ‘우연’과 ‘적기’가 적지 않게 존재하며 ‘531스마트매니페스토 정책선거추진본부’가 지닌 매니테스토 운동의 몫이란 ‘발견’이지 ‘발명’에 준하는 ‘저작권’을 주장하려는 추호의 생각도 없음을 우선 밝혀두고 싶다.
그렇다고 매니페스토 운동에 대한 애정 또한 이처럼 수동적이진 않다. ‘그까이꺼 뭐 대충대충’이란 개그 프로그램 유행어에서 보듯 개량화되고 수치화되지 못한 부분에서부터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아가는 요소가 있음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믿습니까? 믿습니다’로 대변되는 맹목적인 추종, 이같은 맹목적성을 가져다 줬던 결과는 거대한 실망들과 후진적 ‘저신뢰사회’였다.
이런 상황들이 왜 일어났을까? 왜 되풀이 되고 있을까? 우리사회엔 개량화를 위한 지표가 전무하다. 합의된 표준 또한 거의 존재하질 않는다. 그러니 평가는 물론 개량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당연하다. 허나, 서유럽에서는 일반적 비교 가능한 정량평가를 비롯한 이미지 영역에 가까운 정성평가가 가능한 지표가 개발되고 있다.
합리적 지표로 평가와 개량을 통해 불가능한 사회를 예측 가능한 단계로, 서로간의 협의나 신뢰가 가능한 사회를 위해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기재가 매니페스토 운동이라 주장한다. 때문에 어제 추진본부에서 발표한 ‘531 매니페스토 평가지표’를 공공재,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SOC사업의 하나임을 강조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구는 매니페스토 운동이 이미지를 너무 경시한다고 한다. 후발주자들이 극히 불리한 운동이라 한다. 그럴까? 추진본부가 오늘 발표한 ‘531 매니페스토 평가지표’를 자세히 살펴보았다면 이런 오해는 없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전술했 듯 이미지 영역의 개량화, 정성평가 또한 가능하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며 추진본부의 ‘531 매니페스토 평가지표’의 정량평가 부분인 스마트(SMART)지표외에 정성평가에 중점을 둔 셀프(SELE)지표가 포함되어 있음을 인지해 달라는 부탁을 해 본다.
후발주자가 접근 불가능한 거대담론이나 개발위주의 공약이 생활담론이나 소박한 생활공약이 결국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던 일본의 2003년 지방선거 사례를 면밀히 살펴보았다면 이런 오해를 하지 않았을 것이란 말도 해 본다.
학창시절 내 전공은 무역학이다. 경상계열이다. 때문에 이미지에 대한 간과는 없다. 기업 이미지만큼이나 자산가치가 큰 것은 없다는 주지의 사실 쯤은 기억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지난 행적에 근간해 형성된 이미지를 모두 부정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다. 교차투표를 시도할 정도의 성숙된 유권자들이다.
추진본부 측도 후발주자들에 대한 배려와 확신 없이 이 운동을 시도할 만큼 냉정하지도 못하다. 단지, 교묘하게 포장된 ‘헛공약’, ‘뻥공약’을 분별해 낼 수 있는 기재가 필요하다는 절실함이 매니페스토 운동의 단기간 확산을 가능케 하고 있다는 확신이다.
더불어 주민소환제의 국회통과를 기점으로 볼 때 출마자와 유권자 간의 관계가 ‘협약’ 수준을 넘어선 신뢰관계가 될 수도 있다는 부푼 기대가 있다. 이런 과정들이 저신뢰사회에 머물고 있는 우리사회를 고신뢰사회로 이동 가능하게 할,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은 기재가 매니페스토 운동이란 설명을 꼭 하고 싶었다.
처음 시작하는 단계라 불완전하고 미흡한,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해 연약하지만 좋은 기재란 간곡한 설명에 귀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해 본다. 주변인처럼 쓱 지나가듯 보지 말고 함께 나눠지고 근착해 보자는 가슴 깊숙이 우러나오는 제안을 해본다.
<위 글은 시민일보 5월 8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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