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와 우리의 선택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5-17 20: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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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열린우리당 의원) {ILINK:1} 몽골을 국빈 방문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5월9일 동포간담회 답변을 통해 남북관계와 한반도정세에 규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입장을 밝혔다. 발언의 핵심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기대가 크고 언제 어디서든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으며, 원칙 있게 양보하고 조건 없이 제도적, 물질적 지원을 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기에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국제관계뿐 아니라 국내정치적으로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반도의 상황 그리고 노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의 본질은 무엇이며 우리는 과연 무엇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한마디로 위기의 구조화라고 할 수 있다. 위조지폐 문제와 북한 인권문제를 둘러싼 북미갈등의 심화로 6자회담은 좌초될 위기에 처해있고 한미간 인식차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른바 북미갈등, 북한의 대 중국 경제종속 심화, 한국정부의 개입 및 주도력 약화라는 삼중고의 구조화된 위기로 한반도가 빠져 들고 있다.
이 상황을 컨트롤하지 못한 채 방치한다면 2005년 9월19일 4차 6자회담의 공동성명 성과마저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의 울란바토르 발언은 이러한 한반도의 조용한 그러나 명백한 위기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남북 당사자간의 직접대화와 그를 통한 북한의 대승적 결단을 이끌어내는 것만이 위기의 한반도 정세를 풀어나가는 해법이며 그것이 양보와 지원 드리고 정상회담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 대통령의 판단이라면, 그 판단은 옳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먼저 정경분리 즉 남북경협과 북핵문제 해결을 선후와 인과관계가 아닌 동시병행 해나가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자 경협과 정상회담을 통해 악화일로의 한반도 정세를 풀고 북핵문제 해결로 나아가겠다는 주체적 의지를 밝힌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측면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부시 대통령을 향한 한국정부의 분명한 메시지였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발언 중에서 특히 만나서 모든 문제를 터놓고 풀어보자”는 적극적 입장은 북의 상응한 대답, 예컨대 정상회담 수용 등 남북 당사자의 만남과 주도적 노력에 의한 한반도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촉구한 것이다.
동시에 대통령의 발언은 북의 체제붕괴를 목적으로 하는 듯한 미국의 대북압박과 강경전략에 한국은 결코 동의할 수 없으니 평화적이고 상호협력적으로 대북전략을 수정해줄 것을 부시대통령에게 분명히 요구하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10월17일 미국이 ‘북한 핵무기 개발계획 추진’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한반도 정세의 특징을 요약하면 중국은 뜨고 미국은 가라앉았으며, 일본은 미국의 우산 아래 숨었고 한국은 경협추진과 북핵해결의 아슬아슬한 조화에 진땀 흘려온 4년이었다.
미국이 위폐문제와 인권문제를 앞세워 북한을 압박하고 봉쇄하며 두들기고 있을 때, 중국은 총리실 산하에 ‘조·중문제에 대한 특별위원회’까지 설치하여 북한을 중국식 재건과 개발에 나서게 하고 미국, 일본, 한국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지원을 통해 이른바 “조·중 일치화”와 “조·중 안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조·중일치화란 중국의 대북전략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5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여 중국과 조선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일치시키려 하는 것이고, 조·중안정이란 외부세력의 개입을 차단하고 조·중 양국이 주축이 된 한반도 북부의 안정을 이룬다는 것이다.
북의 체제붕괴를 목적으로 한 미국의 일방적인 대북압박은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한데 반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만 극대화되었던 것이다. 문제는 한국정부의 선택이다. 미국과 일본이 대북지원에 대한 개념도 의사도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중국 종속화를 막을 수 있는 길은 남북경협의 확대를 통한 북한의 개혁, 개방유도 이외에는 없다.
북중간에는 사통팔달의 대문이 활짝 열려있는데 남북 사이에는 좁다란 쪽문밖에 없다. 어찌할 것인가? 한나라당의 반북냉전으로 녹슨 철갑선으로는 21세기 평화와 번영의 바다 건너지 못할 것!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이방호 정책위의장의 화들짝 놀란 모양과 ‘지방선거용 북풍’이라는 억지공세를 보면서 2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한국정치에서 적어도 야당의 정치공세가 두려워 국가전략이 멈춰 설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아가 박근혜 대표가 이야기하는 북핵문제를 포함한 남북간 모든 현안과 남북경협을 연계해야 한다는 논리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면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무지의 결과다.

국민통합, 경제회생, 한반도평화의 3대 국가전략에 대해 단 하나의 소신도 비전도 가지고 있지 않고 오직 정치적 혼란국면의 반사이익만으로 버티고 있는 한나라당의 존재적 ‘무의미’에 분노한다. 이미 DJ 방북을 4월에서 6월로 연기한 것만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대통령의 핵심적 국정전략에 대해서까지 딴죽을 거는 것은 ‘전략 없는 정당’의 명백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위 글은 시민일보 5월 18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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