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양곡에 대한 브랜드명 및 포장재 설문조사였다.
대략의 내용을 살펴보면 일명 ‘정부미’라는 정부양곡이 그동안 시중에서 팔고 있는 어떤 다른 쌀과 비교해도 질이 떨어지지 않으나 소비자들의 막연한 부정적 선입견 때문인지, 소비를 외면당하고 있어, 그 대책으로 브랜드 명과 포장재를 개선하고자 하니 협조해 달라는 것이었다.
정부미라는 이름은 탄생한지 얼마 되지 않아, 원래 가지고 있던 좋은 제도와 뜻은 퇴색했고,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공무원이나 경찰, 검찰 등 관직에 녹을 먹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속어가 되기도 했다.
시인 유홍준은 시로 정부미를 표현했다.
『쌀 안치던 어머니, 쌀 속의 벌레를 아무리 해도 다 가려내지 못했다.
나는 벌레를 먹고 살았다. 나는 벌레처럼 살았다. 나는 훌륭한 벌레가 되기 위해 영어 단어를 외웠다. 그해 여름 정
부가 밥 먹여주었다. 벌레 먹여주었다.
단칸방 구석에 누르팅팅한 정부미 자루 가족들 벌레처럼 뒤척일 때마다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났다』
과거 정부미의 실상을 보는 것 같다.
자업자득, 요즘 시중에는 정부미가 눈에 잘 안 띤다.
고작 보이는 것은 특유의 포대자루에 고구마나 감자가 담겨 있거나 혹은 모래를 넣어 수해를 방지하는데 쓰곤 하는 게 전부다.
듣기론 아직도 일부 학교급식과 군대에서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시중에는 이미 기능 쌀이나 유기농에 밀려 마트에는 이천임금님쌀, 5°C이온쌀, 철원오대쌀, 배아미, 경기특미, 임꺽정쌀, 포천쌀 등이 자리 잡고 있어 정부미는 어디에서도 보기 어렵다.
알아보니 현재 정부미는 의무수입쌀(MMA)로 공급되는데 전국 514개 정부미 지정업체에서 연간 10만t 정도 가공된다고 한다.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에서는 뒤늦게나마 정부미 살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는데, 부정적 인식 바꾸기 위해 새로운 이름 구하고 포장 바꾼다는데 잘될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묘지도 국립묘지가, 극장도 국립극장이, 오케스트라도, 암센터도, 어린이 집이나 대학도 국립이 좋다는데, 쌀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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