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영훈국제중에서 각 160명씩 3단계 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해 영어몰입 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교육청은 ""국제·정보화 시대를 선도할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고 조기유학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설립 목적을 밝혔다.
글로벌 인재 육성? 웃기는 소리다.
국제중은 학생을 선발하는 특수학교다.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가 늘어난다는 것은 선발되기 위한 경쟁, 즉 입시경쟁이 심화된다는 걸 뜻한다.
입시경쟁으로 글로벌 인재가 육성된다고? 소가 웃는다.
입시인재는 육성되겠다.
도대체 어째서 서울시교육청은 아직도 한국에서 입시경쟁이 부족하다고 여기게 됐을까?
정신줄을 놓은 걸까? 알 수 없다.
대학이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한국의 고등학생은 지옥과도 같은 입시경쟁을 겪고 있다.
고등학교에 특목고같은 학생선발형 학교들이 일부 생긴 것만으로도 중학생들까지 입시경쟁의 회오리에 휘말려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젠 중학교의 선발로 초등학생까지 입시경쟁에 화끈하게 뛰어들게 된다.
단순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하면 입시지옥이 된다는 반발에 의해 선발방식이 복잡해졌다. 필기고사는 안 본다는 계획이다. 그러면 뭐가 조금이라도 달라질까? 천만에!
서울대, 연고대가 필기고사를 반영 안 하고 학교장추천이나 면접 등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다.
이제부턴 학교장추천을 받기 위한, 혹은 면접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입시경쟁이 시작된다.
학교장추천을 받기 위해서도 어차피 공부를 잘 해야 할 것이고, 면접 등 불투명한 전형을 통과하기 위해선 더 복잡한 입시준비를 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 대학의 전형이 단순시험보다 복잡해진 것은 입시경쟁완화를 낳은 것이 아니라, 강남 아줌마 전성시대를 낳았다.
전형이 복잡하고 불투명해질수록 입시경쟁은 엄마들끼리의 정보전으로 확전되기 때문에, 고학력 고소득 전업주부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판이 된다. 차라리 단순 시험으로 뽑을 때보다 더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입시경쟁은 일류학교가 학생을 선발하는 그 자체로 생기는 것이다.
일류학교를 만들면서 전형방법을 이렇게 저렇게 바꾸는 것으로 뭔가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대학서열체제로 형성되는 학벌만으로도 한국은 이미 망국적 학벌사회의 폐해를 겪고 있다. 특목고 등으로 형성된 고등학교서열체제는 새로운 학벌사회를 예고하고 있다. 국제중은 중학교를 중심으로 한 학벌까지 형성시키게 된다.
‘국제중 - 국제고, 특목고, 외국인고 - 일류대 - 미국 일류사립대’로 이어지는 귀족코스가 그 학벌의 최정점에 설 것이다.
이들이 장차 한국사회를 지배할 때 여타 국민의 자식들은 피지배민의 신분이 된다.
무엇이 그 차이를 가를까?
삼척동자라도 알고 있다. 돈이다.
중학교 입시경쟁이 생기면 이젠 초등학생 때부터 보다 많은 사교육비를 투여해야 한다. 자식은 입시지옥에서 말라 죽고, 부모는 사교육비지옥에서 등이 휘어 죽는다.
이것은 이미 교육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폭력이다.
아이와 부모에게 고통을 줘 비명을 지르게 하는 전대미문의 변태행정이다.
어쩌자고 나라가 이렇게 돌아가는가?
이런 나라꼴에서 글로벌 경쟁력 퍽도 길러지겠다. 애만 잡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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