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중요하다.
하지만 치명적이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거침없이 살아가기 바쁜 현대인들에게 말은 상대의 인상을 판단하는 잣대를 넘어 인격까지 판단하는 잣대가 됐다.
심사숙고하지 못한 이 기준은 말과 호응할 수 있는 표정까지 은폐한 익명성 기능에 큰 힘이 돼 주고 있다.
상대는 나를 모르고 나 또한 상대를 모르는 상황에서 말 한마디가 한 인간을 판단하는 전부가 되며, 광 네트워크의 인프라 속에서 말 한마디의 힘은 극단적인 부화뇌동의 힘을 발휘한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얼마 전 한 유명배우는 이 현실과 자신의 생명을 맞바꿨다.
연이어 한 트랜스 젠더 연예인도 같은 선택을 했다.
악플(인터넷 상 악성 답변)로 큰 상처를 받은 두 명이었다.
경제적 압박, 물리적 압박이 아닌 심리적 압박이 컸던 것이다.
누구나 살아가며 누군가에게 화를 입히고 싶을 때가 있다.
그 화의 표현이 정당함을 전제로 한다면 왜 자신을 숨기는가.
또한 숨겼다면 노출됐을 때와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이 폭력이며 또 하나의 살해 행위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요즘 가시적 사회가 아닌 비가시적 사회 즉 사이버 사회가 더 이상 사이버라는 부차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그 영향력은 가히 거대하기 때문이다.
정보윤리 관련 법 개정에 관한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말 한마디가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다.
지금은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 시대가 아니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진리가 고개를 드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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