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청소 대행업체는 어떤 방식으로 단가를 낮추게 될까? 너무나 뻔한 일이다. 틀림없이 사람값을 낮추려고 할 것이다. 대행업체끼리 환경미화원 임금 깎아내기 경쟁을 벌여 가장 가혹하게 깎은 측이 승리하는 경쟁구조가 된다.
임금만 깎이는 게 아니라 노동조건도 열악해질 것이다. 외부업체를 통해 파견노동을 한 기륭전자의 노동자들은 극단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야 했다. 임금은 최저수준이고 노동강도는 최고수준이었다. 그래도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구조적으로 노동자에게 불리한 판이기 때문이다.
입찰경쟁이 붙을 때마다 환경미화원에게 압박이 가해질 것이다. 그러다 행여 다른 업체가 사람 몸값을 더 깎는데 성공해 업체가 갈리기라도 한다면 한방에 모두 실업자 신세가 된다. 그런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노동자가 먼저 나서서 자기 임금을 깎아달라고 요구하며 과중한 ‘수퍼맨 노동’을 자청해야 하는 구조다. 가혹하다.
민생파탄 상황에서 민생의 고통을 더 가중시킬 것이 뻔한 이런 정책을 꼭 추진해야 하나?
물론 명분은 있다.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일을 맡기면 특혜 논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거다. 당연하다. 한국처럼 부정부패의 기억이 선명한 곳에서 공개적 방식이 아니라면 언제나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 대안이 꼭 공개입찰이어야 할까?
왜 쉬운 길을 놔두고 돌아가나? 청소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 이러면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대행회사가 끼지 않기 때문에 관리단계도 더 단순화된다. 안정된 노동의 비중이 더 높아져 민생파탄이 조금은 완화된다. 노동자도 위하고 국가경제도 위하는 방식이다.
노무관리를 대행업체에 위탁해 노동자를 비참하게 만드는 관행을 국가기관에서부터 고쳐나가야 한다. 공개입찰제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국가기관이 할 일이 아니다.
청소는 대행업체를 통해 외주노동으로 시켜야 한다고 헌법에라도 나와 있나? 아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청소업무를 위탁하는 게 무슨 자연법칙이라도 되는 것처럼 인식이 변해갔다. 이런 식으로 국가기관과 기업이 노동자들을 하나씩 쳐내간 총체적 결과가 바로 민생파탄이다.
노동자들이 그렇게 밀려난 대신에 기업과 기관의 수익성은 증가했다. 기업 이익도 사상최대였고, 공기업은 넘치는 이익을 주체 못해 고액 연봉 잔치를 벌였다. 이것으로 우리 공동체가 무얼 얻었나?
가난해진 국민경제일 뿐이다. 가난한 국민경제는 내수파탄으로 이어졌다. 내수파탄은 국내시장축소로 이어져 국가경제의 장기적 안전성을 파괴한다. 가난해진 국민은 조금만 위험이 닥치면 빚을 지고 몰락해간다. 국민이 악성채무자가 되는 국가경제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
노동자를 쳐내버리는 구조조정을 하면서 잠깐 경제가 호황을 누리는 것 같았지만, 이제 그 끝이 보이고 있다. 소수의 수출대기업과 자산가를 제외한 전 국민이 고통을 당하는 경제로의 추락이다.
추세를 역전시켜야 한다. 지금 해야 할 것은 불안한 공개입찰이 아니라 안정된 공공고용이다. 그러려면 돈이 든다고? 부자감세 중지하면 될 것 아닌가. 부자들 감세시켜 주려고 그 알량한 환경미화원 월급까지 쳐내야 하나?
지금 현재도 대행업체 소속 환경미화원들은 저임금과 과중노동의 고통을 감당하고 있다고 한다. 업체들끼리의 경쟁은 반드시 이들의 월급을 쳐, 결국 국민경제를 공격할 것이다.
국민은 소비자다. 소비자들이 가난하면 기업의 상품을 사줄 수도 없다. 그 잘난 ‘친기업’도 안 되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국민이 가난해지고, 이차적으로 기업이 어려워지는 불모의 경제가 된다. 이런 식이면 없던 경제위기도 만들어낼 판이다.
명심할 일이다. 사람 귀한 줄 아는 경제가 건강한 경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