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이들 싸우네. 애들이 싸우는 게 아니라 어른들이 싸우네. 싸우는 어른들은 대단한 사람들이지. 국회의원이야. 애들 싸우는 것 하고는 규모가 다르지. 소화전이 개스를 뿜고 ‘해머’와 전기톱이 등장해요. 싸움터는 민의의 전당인 신성한 국회의사당이야.
전쟁이지. 피가 튀네. 나라를 위해서 피 흘려 싸운다면 얼마나 가상한가. 국민이 감동하겠지. 훈장을 청원해야지. 무슨 훈장을 수여할지 여론조사 한 번 해 볼까.
도대체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피가 터지게 싸웠을까. 국회 외통위원회 한나라당 의원들이 회의장 문을 안에서 걸어 잠궜기 때문이지. 2008년 12월18일 오후 2시 국회 외통위원회 회의장 문 앞의 상황이지.
안에서 문을 잠그는 바람에 들어갈 수가 없는 야당의원들이 문을 열라고 소리쳤지만 회의 시간이 되었는데도 문이 열리지 않자 문학진 의원이 해머를 들었어.“외통위 소속 의원도 못 들어오게 막냐 …”
꽝꽝! 이건 유명한 화면이라 국민들이 잘 감상 했을거네.
거슬러 올라가 볼까. 2005년 3월2일 새벽 5시30분. 청소를 위해 국회 법사위 회의실 문이 열리자 한나라당 박계동 이재오 김문수 배일도 의원은 회의실 안으로 밀고 들어갔지.
이들 의원 중 법사위 소속은 아무도 없었네. 청소원을 내쫓은 이들은 회의장 CCTV를 테이프로 가리고 회의실문에 대못을 박았지. 증거인멸이야. 주먹으로 대못을 박지는 못했을테니까 아마 쇠망치를 가지고 들어갔을걸. 대한민국 국회의원 하려면 여러 가지 재주가 있어야겠더군. 주먹은 기본이고. 이들 의원 중에는 국회사무총장 된 분도 있고 경기지사도 있고 비록 낙선은 했지만 아주 큰 사람도 있네. 언론에 보도한 사실이네.
“지구상의 둘도 없는 국회”라고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칭송(?)을 받은 대한민국 국회지. 그 영예를 죽도록 간직하고 싶은 모양이네. 열혈남아 김두한의원이 삼성의 사카린 밀수사건을 응징한다며 파고다공원 화장실에서 퍼 온 오물을 단하에서 얼굴 처 들고 있던 국무위원들의 면상을 향해 뿌린 사건 역시 대한민국이 세상에 둘도 없는 국회라는 명성에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게 했지. 그게 바로 1966년 9월 22일이었네.
어떤가. 그 때 김두한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네. 당시 김의원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일본에서 사카린을 밀수한 한국최고의 재벌, 그리고 그런 파렴치하고 망국적인 밀수를 한 재벌은 응징해야 한다는 독립투사의 후손으로서의 견딜 수 없는 분노를 느꼈겠지.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삼성은 오늘도 창창하네.
정치가 돌아가는 꼴을 보니 이제 국회의원들 쪽도 못쓰게 됐네. 정치적 속셈이야 어떻던 ‘국회 폭력방지법’이라는 것이 만들어 진다니 도리가 있나. 국회 안에서 폭력행위를 한 의원은 금배지를 내놓게 되는 내용이야.
공청회 하겠다지만 2월 임시국회 통과 목표가 정해진 이상 공청회 같은 건 해 봤자 요식행위지. 이 과정에서 주먹다짐이 나올테고 여기서 금배지 몇 개 날라 갈지 기대가 되는군.
이번에 한나라당이 작심을 하고 내 놓은 법안은 대단해. 형법에선 똑같은 행위를 한 사람에게 징역형 또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는데, ‘국회 폭력방지 특별법’은 오직 징역형만 처할 수 있도록 해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끝이야.
역시 국회는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곳’이라 법도 특별하게 만들어 간단하게 베지를 땔 수 있도록 할 모양이야.
우는 놈도 속이 있어서 운다는 말이 있네. 한나라당 의원들도 상식이 있는 분들인데 욕먹는다는 걸 왜 모르겠나. 의원들 하나하나 뜯어보면 잘 난 사람들 엄청 많아요. 가만히 있어서 그렇지. 그래서 거수기란 소릴 듣지만.
국회는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법을 만들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기관으로 알고 있네. 입법과정의 기본인 토론과 협상은 외면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면 나올게 뭐가 있겠나. 힘의 대결밖에는 없는거지. 힘없는 측은 악이 바치겠지. 바로 폭력사대의 원인이야. 법 이전의 문제야.
‘금배지 박탈’이란 겁나는 처벌규정을 둔 이유가 뭘까. 말 많은 ‘MB법안’들을 무더기로 단번에 통과시키려면 야당 의원들 손발을 묶는 게 상책인데 금배지 떼는 특별법 이상으로 약발 먹히는 게 어디 있겠나. 매에 장사 없거든.
한나라당은 법안과 국회 폭력은 별개 문제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걸 믿는 국민 별로 없지. 국민이 바본가. 국회폭력 방지하려면 다른 법도 많다네.
특별법을 만들어 스스로를 묶는 의원들도 서글프겠지. 이럴려고 천신만고 금베지 달았나. 어느 곳보다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 국회에서 대화는 실종되고 폭력은 난무하고 싸움 막는다는 핑계로 ‘폭력방지법’을 만들어야 하는 대한민국 국회.
한나라당의 남경필 의원이 말 한 마디 했더군.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는 방향으로 비쳐지는 일들이 자꾸 일어나고 있다”
“2월 국회에서 언론관련법 입법을 앞두고 국민의 이해를 돕기는커녕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는 오해를 살까 걱정된다”
오해를 한다고. 국민이 바보가 아닌데 왜 한나라당의 속셈을 모르겠나.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바보천치로 아는 모양이지만 실은 정치인들 상투 끝에 올라 앉아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라네.
KBS의 기자와 PD가 파면되고 해직됐네. 제작거부를 결의했더군. 꼭 이래야 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네. 군사독재 시절의 언론탄압이 떠오르는 건 나뿐일까.
2월 국회가 기다려지는군. 그림이 그려지네. 누가 가장 대단한 활약을 할까. 누가 국민이 수여하는 메달을 딸까. 금메달일까. 똥메달일까.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고 하지만 정치인들도 그런가.
애들은 매를 때려 버릇을 고친다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국민은 그냥 속으로만 끓네. 정치인들의 싸움질에는 진저리를 치네. 큰 정치인이 안 되도 좋으니 싸움질만은 그만 뒀으면 하네. 자식들 보기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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