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선 알렉스는 러시아에선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게 사실 겁나는 일인데, 한국은 밤에 치안상태가 좋다고 한국에 대해 짧은 칭찬을 늘어놓자, 로버트 할리도 이에 미국 뉴욕에선 밤에 나가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자신이 고향 유타주에서도 왠만하면 밤엔 안 나간다고 말을 어어갔던 것이 기억납니다.
저는 새벽녁 순찰 중 현금과 여러 카드들이 잔뜩 든 지갑과 핸드폰이 아무렇게나 떨어트려져 있고 그 곁에 만취해 쓰러져있는 주취자들을 깨운 다음 부축할 때나, 혼자 어두컴컴한 골목모퉁이를 걸어가는 아가씨들을 볼 때, 경찰관들에겐 한번쯤 오가던 얘기인 ‘외국에선 이렇게 돌아다니지도 못한다’더라가 생각나, 외국 한 번 못 나가본 저로서는 왠지 그 말들에 관심이 쏠려 짧은 소견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아무리 외국인들이 우리의 치안을 칭찬한들, 우리의 밤은 여전히 오토바이 날치기와 절도, 편의점 강도, 성폭행 등으로 얼룩지고, 이는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하게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또한 경찰인력과 장비는 극히 한정적으로 여러분의 귀가길을 에스코트할 수도, 여러분들 개개인의 집을 경비할 수도 없습니다. 경찰관은 순찰 중이라 하더라도 112신고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온갖 종류에 대한 신고출동 사건처리에 휩싸이며 그 소요 시간이 눈에 뻔하게 보이며, 결국 잘 살피고 경계해야 하는 ‘순찰’의 질은 떨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 곁에는 정신없이 번쩍이는 네온사인, 촘촘히 밝혀진 환한 가로등 아래, 낮에 잠자고 있던 범죄의 음흉한 눈빛은 지나가는 행인을 그냥 놓치려들지 않고, 계속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주십시오. 일단 범죄가 발생하면 물질적 피해의 복구가 어려울 뿐더러, 정신적 피해와 그 부작용은 이루 말하기 어려울 정도이며, 평생 따라다닐 정도로 심각할 수 있기에 그 예방에 주력하여야 하겠습니다.
그렇기에 나 자신의 안전에 관한 한은 경찰 이전에 자기 자신의 돌봄을 지극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기본적이고 흔한 얘기겠지만, 밤엔 귀가를 재촉하여 주십시오.
둘째, 너무 외진 곳에 혼자 다니지 말아주십시오. 그런 곳이 내 집 앞 골목이고, 내가 사는 아파트, 빌라, 다세대주택이라면, 이제는 미루지 말고 거주민들과 의견을 모아주십시오.
셋째, 술을 마실 경우 동료, 친구들간 세심히 챙겨주시고, 무엇보다 남이 나를 챙기기 이전에 본인 스스로 컨트롤하여 주십시오.
넷째, 경찰관들에겐 오토바이가 단지 오토바이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범죄용의차량으로 항시 검문의 대상이며, 추운 겨울밤 날씨에도 불구하고 날치기는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든 내게 다가오는 오토바이 엔진소리에 곤두세우시고, 핸드백은 길 바깥쪽으로, 크로스백가방은 어깨에 사선으로 매면서 품쪽으로 끌어당기듯 핸드백을 챙겨주시고, 오토바이 쪽으로 시선을 돌려 상대가 지나가는 것까지 확인하고 재차 가던 길을 걸어가시는 것도 좋은 방법같기도 합니다.
다섯째, 주차된 차량 내에 귀중품을 털기 위해 도둑들은 차량을 손괴하기를 서슴치 않습니다. 한창 네비게이션이 나오기 시작한 초창시절에는 네이게이션들이 예쁘게 나와있는 차량들이 피해를 보기 일쑤였습니다. 그렇듯, 잠시 둘 양으로 놓아두는 노트북, PMP 등 고가전자제품들에서부터 경제가 어려운 만큼 택시 거스름돈까지 그 대상이 되고 있으니 주차 후 귀가하실 때는 한번 더 차량 내를 점검하여 주십시오. 특히, 매일같이 공사장으로 출근하는 트럭이라 하더라도 뒷칸에 실린 값비싼 공구들은 전문공구털이범들의 사냥감이므로 따로 보관하는 습관을 들여 피해를 미연에 방지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언론에 보도되는 각종 범죄발생 상황이 나에게 안 일어나라는 법이 없으니, 미리미리 그 상황에 대한 나만의 대비책을 한번쯤은 궁리해 주시고, 이를 실천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저희는 오늘 밤에도 여러분들이 아무탈없이 평온한 아침을 맞이하도록 여러분 곁을 지키는 경찰관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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