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실용정부라는 말은 정체성 없는 껍데기일 뿐”

문수호 / / 기사승인 : 2009-05-19 15: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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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정치에 중도는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19일 소설가 황석영씨의 이명박 정부 중도실용정부론에 대해 “한마디로 중도실용정부라는 말은 정체성이 결여된 알맹이 없는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열린 당무회의에서 “‘중도’라는 말처럼 실체성이 없고 애매모호한 개념은 없다”며 “만일 이 말이 이명박 정권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이명박 정권의 정체성을 다시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 총재가 청와대가 중도실용정부라는 표현을 거부감 없이 내심 환영하는 듯한 인상을 보인 것에 우려감을 표명한 것이다.

이 총재는 ‘중도’라는 말의 개념에 대해 실체성 없는 애매모호한 개념이라고 전제한 뒤, “정치에서 중도란 우와 좌를 전제로 한 것이다”라며 “우와 좌가 절연된 무색투명한 중간지대인 중도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지 있다면 중도 우와 중도 좌가 있을 뿐”이라며 “마치 중간지대가 있는 것처럼 중도를 표방하는 것은 스스로 정체성이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정부를 질책했다.

이 총재는 정부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때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중도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눈을 속일 수가 있기 때문에 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하는 매우 무책임한 표방”이라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또 ‘실용’이라는 말 역시 정체성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실용을 팽개치는 정부는 없다. 정부는 정부의 이념이나 정책목표를 실용을 통해 실현하므로 실용은 목적 실현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실용정부’라는 표현을 무의미한 것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권이 자신을 중도실용정부라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정체성이 결여되어 있음을 보여주거나, 그동안 들어온 보수정권이라는 딱지가 부담스러워 비보수, 반보수나 좌파 쪽의 환심을 끌어 보려는 얄팍한 수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문제를 가볍게 넘기지 말고 확고한 정권의 속내를 분명히 표명할 것”을 요구했다.

문수호 기자 msh@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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