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을 아시나요

문찬식 기자 / / 기사승인 : 2009-10-22 08:5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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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교선(인천 부평소방서 홍보교육팀장) 자연의 이치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치밀하게 계획된 일정표처럼 진행되고 있다. 백로가 되니 찬 서리가 내리고 가로수 은행잎들은 노란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하고 있다.

며칠 후면 상강(霜降)으로 된 서리가 하얗게 내린다는 절기다. 지금부터는 은행잎들은 더 진노랑 옷으로 갈아입고 단풍잎들은 울긋불긋 만산홍엽(滿山紅葉)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단풍이 드는 것은 버려야 될 때를 알기 때문이다. 모든 삼라만상의 이치가 얻기 위한 전쟁인데 버려야 산다니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말이 된다. 그렇지만 나무들은 겨울을 보내기 위해 아름다운 잎들을 버려야 진정으로 살 수 있다.

지난 5월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이 법률의 시행으로 인해 본인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일순간에 모든 것을 버릴 수밖에 없는 손해배상에 관한 법이 시행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 많은 국민이 이 법에 대해서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중요한 법이라고 생각돼 몇 자 적어 보고자 한다.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제정 1961.4.28 법률 제607호 법무부]에는 “민법 제750조의 규정은 실화(失火)의 경우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에 한해 이를 적용한다”라고 돼 있어 이제까지는 화재가 발생해 이웃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더라도 고의(방화)나 중과실이 아니면 화재발생 당사자가 그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에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돼 있어 국민 법 감정이나 민법원리에도 크게 반하는 것 이었다. 그러던 것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불합치 및 중지결정(헌재 2007. 8. 30. 2004헌가25)이 난 것이다.

그리해 새로운 법률이 제정돼 2009년 5월 8일부터 실화책임에 관한 개정 법률이 공포돼 시행되고 있다. 이 법률의 주요 내용은 우리 집이나 사무실, 공장 등에서 화재가 발생해 이웃으로 불이 번져 피해를 야기하면 과실의 경중에 상관없이 화재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주변의 모든 피해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이제 화재가 발생하면 평생 동안 일궈놓은 모든 것이 순식간에 사라지게 되고 한마디로 쪽박을 찰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된다. 또 각종 손해배상 송사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게 될 수밖에 없다. 그리해 각 보험사들도 발 빠르게 이법 시행으로 인한 피해를 구제 받기 위한 보험 상품을 개발해 시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그렇지만 법에도 인정은 있다. 실화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평소에 화재 예방 등에 대해 노력을 했다면 법원에 대해 손해배상액경감을 청구할 수 있다.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 제3조 1항에서 6항의 경감 청구요건은 화재의 원인과 규모, 피해의 대상과 정도, 연소 피해확대의 원인, 피해확대방지를 위한 실화자의 노력 등이 있다.

화재가 발생해서는 안 되지만 혹시 화재가 발생했더라도 평소 화재예방조치를 잘 했다면 정상을 참작해서 경감을 해준다는 내용이다. 아직까지 이 법이 시행초기에 있어 많은 국민들이 피부에 와 닿지는 않겠지만 화재발생 책임자에게는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법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화재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국민이 없었으면 좋겠고 또한 각종화재나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한국이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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