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김연아였다.
그녀의 파리 쾌거는 우리 모두의 심금을 울리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라이벌이었던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30점 이상의 격차로 따돌리고 유유히 누구도 범접하지 못했던 영역을 접수하면서 전 세계를 열광시킨 그녀는 정말 멋있었다.
최고의 경지를 넘어 이제는 피겨 스케이팅의 새로운 신화가 된 김연아가 대한민국의 딸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다.
그녀가 전해 준 낭보로 그동안 이런 저런 어려움에 짓눌려 있던 이들이 잠시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치 경제 리더들이 쏟아내는 수많은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국운이 상승일로에 있는 것도 세계를 휘어잡는 이들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소니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삼성 대책에 나섰는가 하면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도 앞 다퉈 우리 현대의 자동차 성공신화를 연구하는 등 세계가 오뚝이 같은 불굴의 의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대한민국에 주목하고 있다.
그렇게 세계로부터 각광받는 우리의 아이콘들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이끄는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가로이 자랑스러움에만 빠져있을 때가 아니다.
피겨 스케이팅 종주국으로서의 자부심을 유지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해야 한다.
기왕에 김연아가 열어놓은 피겨 스케이팅의 가능성이다.
이제 그 가능성을 포스트 김연아의 발굴 육성으로 유지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특정인의 몫으로 밀어둘 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임무로 받아들여야 할 일인 것이다.
일등은 달성하기보다 지키는 일이 더 어렵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바다.
과거 우리에게는 ‘손기정’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뒤를 잇는 ‘황영조’가 나오기까지 거의 반세기가 걸렸다.
황영조 이후로는 그나마 그 명맥이 끊어질 듯한 분위기여서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김연아도 언제일지 모르지만 내리막길을 거쳐 은퇴할 시기가 있을 것이다. 그 때를 대비하자는 얘기다.
준비된 ‘김연아들’이 그녀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 피겨 스케이팅의 자부심을 세계무대에 펼칠 수 있도록 공을 들여야 한다.
제2, 제3의 김연아를 준비하는 사회적 기능을 강화시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기 위해 지금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 튼실한 인프라다.
특정한 자질을 가진 인재가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적 시스템을 인프라로 구축해야 한다.
관심과 노력으로 배려하는 절차를 일상화 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과정이 될 것이다.
김연아의 성공은 사회적 인프라의 혜택과 무관한 자수성가다.
오로지 본인의 노력과 희생만으로 오늘의 영광을 만들어 낸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관심 반열에서 별다른 각광을 받지 못했던 피겨 스케이팅 종목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결과다.
국민적 성원은 물론이고 이렇다 할 스승조차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꿈을 성취해 낸 김연아의 성공은 그래서 더 값지다고 할 것이다.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가동될 경우 희망의 수위를 높일 수 있게 될 거라는 속계산도 우리를 기대감에 들뜨게 한다.
인프라 구축에 있어 염두해야 할 중요한 항목으로 국제화, 창조를 바탕으로 한 자유로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 등을 들 수 있다.
국제화는 무엇보다도 먹고 사는 문제가 달려있는 분야다. 또 국운과 직결되는 항목인 만큼 더없이 신중해야 한다.
특히나 경직된 민족주의가 초래할지 모를 부작용에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된다.
우리의 순혈주의가 이제는 대세가 된 국제화에 걸림돌이 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뒤늦게나마 이중 국적 허용에 대해 긍정적 검토 분위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이중국적 허용 문제는 15대 국회에 들어갔을 때부터 끊임없이 주장해왔던 터라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았다)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자유로운 분위기나 배려와 존중을 강조한 부분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어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남에게 관심을 기울이되, 남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는 게 배려다.
존중은 타인의 속성을 기꺼이 수용할 줄 아는 성숙함의 일환이다.
나이가 어리다고, 여자라고, 학교나 지역이 다르다고 무시하거나 경원시 하는 일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 민족에게 남은 미래는 결코 없다.
특히 이 대목은 통일을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사항이다.
우리는 물론 다음 세대도 반드시 명심하고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법으로라도 묶어서 우리 민족의 중요한 인프라로 자리매김 되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커다란 청량제가 된 김연아의 쾌거는 우리 민족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제고시키는 데 크나큰 역할을 했다.
제대로 된 인프라가 가동된다면 상상 이상의 결과물들이 우리의 미래를 밝혀나가게 되리라 믿는다.
김연아 화이팅, 대한민국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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