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성동의 내일을 키우다
자치단체장으로서 지역경제 살리기는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다.
빈약한 경제적 토대에서는 지역 발전도, 지역주민의 복지 수준도 튼튼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이 얼마나 활성화 되어 있느냐에 따라 그 지역의 경제 수준은 물론 미래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래시장은 서민 경제의 바로미터로 주민들의 생활복지와 직결되어 있는 곳이다.
선거운동 시절 난 자주 재래시장을 찾아 시장상인, 주민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식사라도 하고 가라’며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시던 야채가게 할머님, 경기가 너무 어렵다며 구청장이 되면 재래시장에 더 자주 와야 한다고 부탁하던 축산물 시장 상인, 걸쭉한 막걸리 한 사발에 신김치를 쭉 찢어 주며 응원해주시던 순대국밥집 아주머니들.
난 시장을 돌며 만난 그분들의 표정과 말 속에서 느슨해진 선거 운동의 의지를 다시 조일 수 있었고, 구청장이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재래시장을 살리고 지역 경제를 일으켜 보리라 다짐도 했었다.
난 지금도 재래시장을 자주 찾는다. 상인들의 소리를 듣기 위해 가고, 어떻게 하면 ‘재래시장을 더 발전시킬 수 있을까?’하는 고민의 답을 구하러 가고, 아내랑 저녁거리를 사러 가기도 한다. 재래시장이 살아야 그 지역의 경제가 살아나고 그래야 지방 자치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인들이 더 여유로워지고 성동구도 그만큼 더 풍족해지기를 희망해 본다.
응봉산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면 한강, 청계천, 중랑천이 맞닿은 지역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성수동이다.
옛날 성수동은 과수원이 많아 초여름이면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고 하얀 꽃잎이 눈송이처럼 휘날리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1960년대에는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한 축을 이룬 경공업단지로 변했다. 당시 성수동에 있던 소규모 가구 공장, 인쇄공장, 염색 공장은 구로 지역의 공단과 함께 우리나라 초고속 성장 동력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남권 개발과 첨단산업 위주로 산업구조가 개편되면서 이곳의 기업체들은 3D업종으로 치부되기 시작했다. 결국 세월의 흐름에 따라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고 현재는 2,700여 개의 공장이 들어서 있는 서울의 몇 안 되는 영세 공단 지역 중 하나가 되었다.
과거야 어떻든 지금 성수동은 서울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지역 중의 하나다.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강 르네상스와 강북 U-Turn 프로젝트의 중심지가 바로 이곳이다. 특히 최근에는 산업 뉴타운과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과 연계된 사업들이 발표되면서 앞으로 엄청난 변화를 앞두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기는 좋은데 주차장이 부족해서 잘 안 가게 됩니다.” “우리 아파트 앞이 축산물시장인데 냄새가 나서 못살겠어요. 여름에는 정말 말도 못해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는 마장축산물 시장이지만 오래된 건물과 좁은 도로, 부족한 주차 공간 그리고 부산물 처리에 따른 냄새와 폐기물은 시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렸고, 인근 주민의 주요 민원 대상이 될 뿐이었다.
하지만 사실 마장축산물시장의 역사는 화려하다. 마장축산물 시장은 11만㎡가 넘는 면적에 2,000여 개의 점포 그리고 매일 출근하는 총 종사원만도 6,000명에 달하는 단일 육류 시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마장동 우시장은 수도권 축산물 공급을 맡은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마장축산물시장은 위기를 맞게 된다. 육류 부산물을 세척 가공하는 와중에 발생하는 특유의 비린내와 지저분한 분위기, 영세점포들의 난립으로 인한 시장 환경의 악화로 점차 사람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광우병 파동은 이러한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기도 했다. 이때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 시장 현대화 사업이다.
‘귀하고 값진 시장을 그저 흔한 돌멩이처럼 대접하고 있었구나!’ 난 마장축산물시장의 현재를 보자마자 자연스레 미래에 대한 스케치를 그릴 수 있었다. 난 마장축산물 시장을 고객이 신뢰하는 국내 최대의 축산물 특화시장으로 만들고 싶었다.
2007년 토지공사 측에 ‘마장축산물시장 현대화’ 사업 참여를 요청했다. 그런데 이곳은 기존의 단순정비가 아닌 근본적인 재개발 방법을 찾아야 했다. 도시개발법에 의한 개발은 공지 비율이 50% 이상이어야 하나 축산물시장은 그 요건이 미비했다.
그 이듬해 구역 지정에 대한 요건인 공지 비율 50%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관련 기관인 국토해양부, 서울시와 협의하여 기본 계획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령에 대한 개정을 지속적으로 건의했다.
결국 법 개정 전에 국토해양부의 도움으로 총리실 규제철폐위원회에 건의하여 공지 비율 요건을 2년간 완화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고시동기인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님의 배려가 컸다.
재래시장의 옷을 벗고 현대화된 축산물 전문시장으로 옷을 갈아입는 마장축산물시장, 새로운 변신과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금 마장축산물 시장은 분주해 보인다. 과거의 명성에 걸맞은 마장축산물 시장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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