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정말 장하다.
신인왕 등 3관왕에 오르고도 1점 차이로 ‘올해의 선수’의 영광을 놓친 신지애 선수에게 이구동성으로 보내는 세상의 갈채다.
신지애는 미국 LPGA 투어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기록, 최종합계 6언더파 210타로 공동 8위에 올랐지만 1점이 모자라 멕시코의 오초아에게 올해의 선수 타이틀을 내줘야 했다.
그렇더라도 3승에 신인왕은 물론 상금왕과 공동 다승왕까지 21세의 박세리 키드가 데뷔 첫 해에 세운 기록은 실로 놀랍다.
‘뜨는 해’로서의 그녀의 존재감을 확고하게 다져준 성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지애의 오늘은 목표의식으로 자신의 인생을 견인할 줄 알았던 남다른 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어머니를 여윈 그녀가 좌절하기 쉬운 상황을 딛고 세계 여자 골프계의 돌풍으로 주목받게 되기까지 얼마나 자신을 담금질 했겠는가는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이번만 해도 그녀는 “그래도 올해 목표로 했던 것을 다 이뤘기 때문에 괜찮다. 내년 시즌에는 올해의 선수라는 목표를 가질 수 있게 돼 오히려 다행”이라며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여유를 보여줬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올해 목표는 1승과 신인왕’이라고 했다니 사실상 목표치를 초과달성한 셈인데 이 역시 자신을 다잡는 그녀만의 방식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어린 나이 같지 않은 담담함으로 중압감을 헤쳐 나가는 그녀를 보며 ‘大成’을 예감하게 되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오초아와 10년 차이가 나는 나이를 생각할 때 세계 여자 골프가 신지애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될 거라는 확신이 든다.
이렇게 놀라운 신지애가 있는 반면,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어 걱정이다.
문제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뭔가 이루겠다는 목표의식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는 것 같다.
과거에 비해 인생을 긴장시키는 동기 자체가 실종된 사회적 여건도 이에 한 몫하고 있다.
한편으로 우리 기성세대가 제 몫을 다하지 못해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인생에 최선을 다하는 솔선수범으로 그들을 견인하지 못한 우리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젊은이들의 방황을 바라보며 아쉬움과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는 이유다.
얼마 전 국내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다.
세종시에 대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국가경쟁력이 떨어진다’, ‘세종시를 반대하는 사람은 문제가 있다’는 등의 견해가 오가는 와중에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알 정도로 저명한)A씨가 생각지도 않은 관점을 제시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는 "우리가 효율성 문제만을 따진다면, 아무리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문제가 많은 정치인이라고 해서 효율적인 측면에서 인정받으면 훌륭한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냐. 효율성이 해결되면 나머지 문제점은 모두 면죄부를 줄 수 있는거냐. 정직과 신의 국민을 위한 최선의 봉사 이런 것들은 아무런 변수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거냐. 내가 정말 걱정하는 것은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자신있게 남길 수 있는 師表를 갖게 될 수 있을 지다. 우리가 후대에게 본받으라고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 게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 봤는가”라고 따지며 좌중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거기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가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옳고 성공적인 삶이 되는가에 대해 젊은 세대들에게 가르칠만한 자격이 있는가를 되돌아 볼 때 선뜻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는 데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지금까지의 세대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가난 속에서 그저 잘 살아야겠다라는 목표를 제일의 가치로 인정해주던 시대를 살았고 또 그로 인해 많은 문제점들에 면죄부가 주어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아니 달라져야 한다.
21세기를 견인해야 할 위치에 서 있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생각해 보라.
제2, 제3의 신지애... 젊은이들에게 제대로 된 목표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의 마음가짐부터 달리해야겠다.
지금부터라도 저마다 하는 일에 대해 역사와 민족 앞에 그리고 후대에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가 점검하는 습관을 갖는 건 어떨까 싶다.
진부하고 식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명심하고 이행해야 할 행동강령으로 삼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느슨해진 젊은이들을 일깨울 수 있는 자극을 교육을 통해 해법을 찾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낌없이 주는 것만이 최상의 자식사랑이 아니라는 각성도 따라야 한다.
활어 운반 시 천적인 상어를 함께 넣어 활어의 생존율을 높이는 노하우처럼 말이다.
생물학적인 관점에서도 천적이 없는 존재는 소멸되고 천적으로부터의 위협이 상존하는 종은 살아남는 경우를 보게 된다.
천적이 게으름과 나태에 안주하지 못하도록 자극을 주는 순기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에게 아직 남아있는 희망을 본다.
헝그리 정신을 바탕을 두고 마음먹으면 반드시 이뤄내고야 말았던 기성세대의 강점을 되살리는 거다.
기성세대의 반성과 미국의 오바마도 부러워하는 우리의 교육열이 제대로 조합된다면 대한민국의 21세기를 책임질 동량을 키워내는 일쯤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십년대계, 백년대계를 입으로만 남발할 게 아니라 한 걸음이라도 깊이있는 안목으로 내다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내딛는 것, 그것이 진정한 효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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