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우측보행을 생활화해온 우리나라는 1921년 조선총독부 ‘도로취체규칙’에 의해 보행방법을 좌측보행으로 변경했으며 최근까지만 해도 당연하고 익숙한 보행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고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등 교육현장에서도 대부분 좌측보행을 권장, 교육했다.
하지만 아무리 교육을 받았다 해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좌측보행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몸이 편한 대로 우측보행을 하는 사람들이 뒤엉키기 마련이다. 1921년부터 88년간이나 이어져 온 좌측보행 문화가 지난 10월부터 서울 지하철 전 역사를 시작으로 우측보행으로 바뀌게 됐고 내년 7월부터는 일반도로와 모든 건물에 적용시켜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오랜 세월 지속돼 온 좌측통행이라는 사회적 약속을 이제 와서 바꾼 이유는 우측보행이 우리의 신체 특성과 일치하고 ‘교통운영 체계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보행자와 자전거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우측보행을 원칙으로 정했다. 인간은 누구나 자유롭게 걸을 권리가 있으며 대부분은 일정한 규칙 없이 무의식적으로 보행한다.
하지만 복잡한 거리에서 모두가 지켜야 하는 약속이 없다면 거리는 일순간 혼란에 빠지게 된다. 스페인이나 아르헨티나처럼 안전성을 이유로 우측보행으로 법제화한 나라도 있다. 그동안 좌측보행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과 불편함은 우리 주변 곳곳에 내재돼 있었다. 공항게이트나 회전문은 우측보행으로 출입하게 설치돼 좌측보행 시 혼란이 발생한다.
보행 시 짐이나 우산 등을 운반하는 경우 오른손 사용이 77%로 역시 좌측보행자와 충돌이 발생한다. 좌측보행은 특히 차도가 분리된 도로에서는 매우 불리했다. 과거 조사된 보행자 사고 건수를 살펴보면 차량을 마주보고 통행하는 것보다 차량을 등지고 통행할 때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행문화가 개선되면 교통사고의 약 20%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체심리 측면에서도 눈동자의 움직임이나 정신부하 심장박동수가 감소되어 심적 안정감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우리에겐 보다 안전하고 쾌적하게 걸을 수 있는 보행환경이 필요하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보행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보행문화 개선으로 안전 수준과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은 바로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또 다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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