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서 모바일 심폐소생술 도우미의 중요성에 대해 높이 평가해온 나는 지난 2009년 12월6일 내 눈앞에서 심정지로 돌아가신 장인어른의 죽음을 보며 느낀 점을 잠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나의 장인은 10여년 전부터 심장이 좋지 않아 3번의 수술 끝에 인공심장으로 삶을 이어 왔지만 누구보다도 삶의 의지가 강했고 일손을 놓치 않아 돌아가시기 전날까지도 직장에서 즐겁게 근무를 하셨다.
처가댁이 전남 함평군에 있어 자주 찾아뵙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에 모든 식구들과 함께 모여 정다운 얘기를 나누며 토요일 저녁을 보내던 중 장인어른의 목감기와 고열이 심해 근처에 있는 인근 종합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입원수속을 밟게 됐다.
병실에 앉아 환자 개인신상표를 작성하던중 아버님께서 눕고 싶다는 말씀을 하셔 자리에 눕혀드린 후 곧바로 환자자료에 관한 질문에 대답하는데 갑자기 아버님께서 인기척이 없어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흔들고 불러도 대답이 없으셔서 ‘돌아가신걸까’ 생각도 들었고, 잠시 당황도 됐지만 직감적으로 뇌리에 스치는 것은 단 두가지.. 이건 심정지이며, 다른 또하나는 지난 휴대폰에 다운로드를 받아 심심치 않게 보았던 모바일 심폐소생술 도우미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나의 두손은 나도 모르게 아버님의 가슴을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하나, 둘, 셋ㆍㆍㆍ이십구, 삼십, 후우........ 후우........ 하나, 둘, 셋ㆍㆍㆍ
2~3분 정도가 지나자 10여명의 의료진과 각종 장비가 속속 도착해 인계해 주고 상황을 주시했지만 결국 눈을 뜨지 못하셨다.
나중에 얘기를 전해 들었지만 아버님은 병실에서 눕자마자 심정지가 와서 돌아가신 상태였지만 그 이후 신속한 심폐소생술로 인해 다시 심장이 뛰는 상태에서 생사를 왔다갔다 하셨다고 한다.
워낙 오랜기간 좋지않은 상태였기에 모든 가족은 아버님의 죽음을 받아들였지만 고 위험군이 아니었더라면 심폐소생술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심정지 환자는 초기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75%가 생존을 하는 등 생존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으나 5분이 넘어가면 25%가 살기 어려우며, 우리나라의 경우 심정지 사망자수는 매년 1만9000명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에 최초발견자에 대한 교육을 더욱 강화시켜야 하는데 2009년 현재 우리나라는 심정지 환자 최초발견자에 의한 심폐소생술 시행률이 1.4%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에 소방인의 한사람으로서 매우 유감스럽다.
또한 휴대폰 보급률 세계 1위인 대한민국은 가입자가 무려 4600만명이나 되며, 우리사회에서는 정말 없어서는 안될 복합 IT기기가 돼버린 시점에 이보다 더 좋은 홍보와 교육이 어디있겠느냐고 묻고싶다.
아울러 심폐소생술 도우미 다운로드를 일일이 받아 가입자가 저장하는 방식을 탈피해서 휴대폰 생산과 동시에 의무적으로 탑재하도록 관련제도개선을 신속히 할 수 있도록 당부한다.
거창한 기획과 수천만원을 들인 이론적인 교육보다는 내손안에 있는 휴대폰을 통해 단련된 심폐소생술로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초기 응급의료행위가 가능한 나라가 된다면 이것이 바로 의료선진국이 아닌가 생각해 보며, 그런 의료 선진국이 되었을때 타인은 물론 나의 소중한 한사람을 지킬 수 있는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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